대만에서의 일이다. 더위를 피해 찻집에 들어갔다. 에어콘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창가에 앉아 아내와 함께 음료수를 주문했다. 이때 주문한 것이 바로 전주나이차(珍珠奶茶).중국어로 전주는 진주, 나이차는 밀크티를 말한다. 직역하자면 진주가 들어간 밀크티. 우리가 흔히 버블티(Bubble tea)라고 부르는 음료다.
이후 아시아 화교들을 중심으로 전주나이차가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세계 도처에서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아마도 전주나이차가 캐나다와 미국을 거치며 유명해진 후가 될 것이다. 이름도 전주나이차에서 버블티로 바뀌게 되었고, 소규모 점포에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변화된 것도 바로 이때다.
대만의 먹거리인 전주나이차를 아메리카권에서 상품화하여 전세계 공급에 성공한 케이스가 바로 전주나이차인 것이다. 재주는 대만인이 부리고 돈은 아메리카에서 쓸어간...
당시, 같이 간 태국인에게 기무치가 어느 나라 음식인지 아냐고 물어봤다. 그 태국인은 일식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이니 당연히 일본 음식인줄 알았나보다. 일본 음식이 아니냐고 되레 내게 물어본다.
신기한 나머지 사야할 것도 잊은체 재료는 무엇인지 사용방법은 어떤지 살펴보았다. 키무치나베 소스를 물과 섞어 끓이다 배추, 두부 그리고 돼지고기를 넣어 끓이면 키무치나베가 된다고 적혀 있었다. 김치찌게가 아니라 키무치나베가 말이다.
김치가 키무치가 되도록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미국에서 온 톤카츠나 인도에서 온 카레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외국의 것을 일본화 시키는 재주가 뛰어난 일본인. 카피의 나라 일본을 탓하기 전에, 김치 종주국이면서 키무치나베 소스가 나오기 전까지 과연 우리는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만의 전주나이차가 버블티란 이름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듯이, 김치가 키무치란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