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04년~08년)

방귀해도 되겠습니까?

도꾸리 2008. 1. 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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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일커플 언어유희'  

'졸라깨'를 아세요?

빠구리로 발음나는 것들?

 쉬마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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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인 마키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꺼려해요. 내가 생각하기에 사소한 일이거나,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경우에도 마키는 철저하게 원칙을 따진답니다.

태국 방콕에서 연애할 때에 한 번은 마키 앞에서 방귀를 뀌고 말았어요.
그러자 갑자기 마키가 저에게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저기... 오나라했어?"
"엥? 그건 MBC 드라마 장금이에 나오는 메인 타이틀송인데...
장금이 방송했나고?  당연하지~ 그거 방송한지가 언제인데~"

그러면서 나는 드라마 타이틀송을 흥얼거렸다.

"오나라~ 오나라~~"
"break wind했냐고?"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바람을 깬다?'

"엉덩이에서 나오는 소리 말이야~"
"엥? 방귀?"

알고보니 방귀를 일본어로 '오나라'라고 한다더군요. 그것도 모르고 마키 앞에서 MBC 드라마 장금이의 메인 타이틀을 불러 제꼈으니... 얼마나 창피하던지 얼굴이 다 후끈거리더군요.

이제 장소를 바꿔 한국에서 신혼 살림을 차리고 있을 때 입니다. 한 번은 밥을 먹는 중에 방귀를 뀌고 말았어요. 연애할 때야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전날 고구마를 너무 많이 먹었다는 둥, 한국인의 신체구조가 방귀가 많이 나오는 특이 체질 이라는 둥, 소리나는 방귀는 냄새가 안나는 이점(?)이 있다는 둥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은근슬쩍 넘어가곤 했었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이 사는 처지이기에 이런 일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오히려 예전보다 더 과감해진듯. 갑자기 아내의 얼굴이 붉어진다. 모른체 계속 밥을 먹는 나.

"저기... 오나라 했어? 아니면 입으로 낸 소리야?"
"어? 아니... 그게... 소리 안나는 오나라를 할려고 했는데, 그게 조절이 잘 안 돼서..."
"그렇지? 그거 알아? 예전에 냄새는 나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는 건지 모르겠는거야~ 그렇다고 물어볼 수도 없고.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내가 뀐것도 아닌데 놀란 토끼 마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말야~"

그녀는 드디어 범인을 잡았다는 듯이 나를 구석진 곳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몰래 뀐 놈의 무안함이라고 해야할까? 감추고 싶은 비밀을 들킨 듯이 얼굴까지 벌개지며 난 사정없이 웃었고, 그 웃음으로 무마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노력은 마지막 말로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다음에 오나라를 하고 싶을 때는 조용히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서 뀌고 오던가, 아니면 오나라해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물어봐 줄래?"

한동안 배를 잡고 웃으며 난 일어나지 못했어요.  혹시나 그녀가 나를 쳐다볼까봐 두눈을 지긋이 감고 말이죠. "방귀를 뀌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그 얼마나 웃기는 씨츄에이션인가~

하지만 난 지금은 그녀에게 정중히 물어본답니다. 방귀를 뀌어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말이죠. 이것도 일종의 문화적 차이라고 여기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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