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04년~08년)

2천원의 행복

도꾸리 2008. 1.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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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상다반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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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마키와 도꾸리의 미래 모습~

③ 애견과 함께 일본여행 - 검사비만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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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갔습니다. 텅 빈 냉장고를 채우고 구경도 할 겸 해서 갔습니다. 시장에는 저녁 준비하러 나온 아주머니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활기찼습니다. 곳곳에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값을 흥정하는 모습이 정겹게만 느껴지네요.

마키도 시장 구경을 좋아합니다. 일본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풍경이기에 더욱 그런듯합니다.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흥정은 못하지만, 유심히 보고 있다가 눈치껏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깎아 주세요~"

물론 타이밍이 맞지 않아, 때로는 갸우뚱거리는 표정을 지으시는 다른 분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도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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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다발에 2천 원 입니다. 싼 가격 때문에 놀랐습니다


시장을 보는 중 마키가 갑자기 기쁨에 찬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 에다마메다."

그러며 콩 다발을 하나 들어올리더군요. 그러더니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만난 듯 깡충깡충 뛰며 좋아했습니다.

"밥 먹을 때 넣으려고?"
"아니, 우리는 삶아 먹어. 이자까야(일본식 주점)에 가서 맥주를 시켜 먹을 때 주로 에다마메를 먹어. 짭조름한 맛이 나는 에다마메와 맥주는 훌륭한 조화를 이루지. 특히 여름에~."
"팝콘은 안 먹어? PUB에 가면 우린 주로 팝콘을 먹는데…."

집에 돌아오더니 마키는 저녁을 준비할 생각은 안 하고, 바로 콩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2천 원어치가 양손으로 쥐어도 다 안 잡힐 정도로 많았습니다. 하나하나 가위로 가지에서 잘라내더니 몇 번을 씻어내어 콩 껍질에 묻은 흙을 털어냈습니다. 그리고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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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삶은 콩을 차가운 물에 담가 식혀 먹으면 맛있습니다

양념은 간단합니다. 중간에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을 몇 숟가락 넣은 것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끓인 콩은 껍질도 잘 벗겨질 뿐만 아니라, 구수한 향까지 났습니다. 게다가 소금이 밴 콩의 맛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향수까지 불러내기에 충분했어요. 맛도 좋고, 추억도 불러일으키고. 일거양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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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의 짭조름한 맛.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그립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골 정취에 저녁 먹는 것도 잊게 되었네요. 서로 어린 시절 이야기하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추억을 다시 세우는 에다마메. 2천 원의 행복.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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