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일본에서 시험을 봤다. 원래는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는데, 어느날 주위 분들이 시험을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모르게 지원을 해버렸다. 그리고 시험 당일까지 2개월 동안의 시간, 출근한 아내 대신 하루를 돌보느라 책 한 번 제대로 못보고 시험장에 가고 말았다.
시험 전날 일이다. 퇴근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 준비했어? 특별히 안했으면 내가 사갈께~" 저녁반찬 걱정을 한시름 덜어 다행이다 싶어, 그러라고 하고는 나는 정말로 번개에 콩 볶아 먹듯이 책장을 휘휘 넘기며 벼락치기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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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온 것은 돈카츠였다. 워낙에 튀긴 반찬 종류를 좋아하는 아내, 한국에 있었을 때도 종종 이렇게 돈카츠를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슈퍼에서 돈카츠를 튀겨 팔지 않으니, 허수아비 같은 돈카츠 전문점 같은 곳에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왠 돈카츠야?"
"내일 시험이잖아, 그래서 돈카츠 사왔어!"
"엥, 내일 시험인것과 돈카츠가 무슨 관계야?"
"돈카츠(豚カツ)의 카츠와 이긴다는 뜻의 카츠(勝つ)가 같은 발음이기에 ,
미신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시험 잘 보기를 기원하며 돈카츠를 먹곤 해"
그제서야 아내가 돈카츠를 사온 이유를 알았다. 난 아내가 갑자기 돈카츠가 먹고 싶어 사온줄 알았는데, 이렇게 내 시험걱정을 해줄줄이야. 하기사, 한국에서도 시험에 떨어지지 말라고 시험 전날이나 당일에 미역국 같은 걸 안먹지 않는가. 그런걸 보면 정말로 일본과 한국, 닮은 구석이 제법 많다.
사실, 아내가 시험 잘 보라고 돈카츠도 사주었었는데, 시험 결과가 나쁠 것 같아 큰일이다. 이유야 어떻든 시험은 끝났고, 하루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며, 날씨는 연일 맑다. 언제 시간이 되면 아내와 함께 인근 쇼핑센터라도 다녀와야겠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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