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05 나고야 도쿄 도야마

한일커플 일본 여행6 - 책 한 권이 1,000원이라구요?

도꾸리 2008. 2. 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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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요코 시장. 다양한 주전부리와 해산물, 과일 등을 구경할 수 있는 곳.

어느 나라를 가든지 해당 국가의 언어를 알면 많은 이점이 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용이하고 길을 찾기도 쉽다.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와 길 물어보기 정도는 준비하는 편이다. 물론 잘 알아듣지 못해도 말이다.

요번 일본 여행에서는 그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내가 마키의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마키의 차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귀차니즘'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도 이유. 어디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비록 간단한 인사말 정도라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행 4일째다. 한국의 영등포라 할 수 있는 '우에노'와 인사동 '아사쿠사'를 돌아볼 예정이다. 모두 서민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 우에노의 경우 특히 재래시장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곳. 물론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음에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을 터.

영등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누군가 일본의 영등포 '우에노'라고 했을 때 얼핏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니까 그런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끊임없이 지방에서 상경하는 사람들, 역주변 재래시장, 촌스런 카바레 밀집 구역,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모든 것들이 어린 시절 영등포의 그 이미지와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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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구로돈. 한국의 회덮밥하고는 많이 틀리다.
초고추장 없이 먹는 회덮밥도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우에노 관광의 압권은 아메요코 시장. 수북이 거리에 쌓아 놓은 물건들과 호객행위 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중에서 '마구로돈'의 그 맛은 지금도 그립다. 일본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중 하나. 시장통 한 쪽 구석진 곳에 허름한 포장을 치고 영업하는 식당. 아직 점심시간이 안됐는데도 길게 줄을 선 것이 내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메뉴는 마구로덮밥 한 가지. 마구로가 기본이고 거기에 성게알, 문어, 낫또 등을 같이 넣어 먹는다. 부드럽고 달콤한 마구로를 게눈 감추듯 먹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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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소지 경내에 있는 불탑~ 자전거 타고 지나가시는 아주머니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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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차와 아케만쥬. 녹차의 밋밋함과 아케만쥬의 달콤함이 잘 어울린다.

다음 코스는 '우에노'에서 전철로 몇 정거장 떨어져 있는 일본의 인사동 '아사쿠사'. 일본풍 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센소지와 300미터 정도의 참배 길 나카미세 등이 볼 만했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수많은 참배객들과 외국인들이 관광하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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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모노를 입고 포즈를 취해주던 여학생들.
절에서 고용된 것인지 한참동안 같은 장소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포즈를 취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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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라이가 된 외국인? 재밌다.

오후까지 아사쿠사 관광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쉬었다. 숙소 인근에서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마키가 도쿄에 오기 전부터 말하던 중고 도서류 판매점 'book-off' 매장에 갔다. 매장에는 다양한 서적과 영상물이 있었다. CD, DVD, 성인잡지, 만화책과 서적 등이 1,2층 매장에 가득했다. 그 중 압권은 100엔 서적 코너. 세금 포함해도 105엔이다. 책을 펼쳐봐도 중고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깨끗하다. 밑줄 하나 없다. 구겨진 페이지 하나 없다. 이런 책이 단돈 100엔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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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off 매장. 우리나라에도 북오프와 같은 중고서적 유통망이 생기길 바란다.

"책이 너무 싼 거 아니야?"
"문고판으로 나온 중고책이라서 그래~."
"하드커버는 얼마야?"
"아마 1000엔이 넘을 껄~."

우리도 요새 서점에 가면 대충 1만원은 줘야 책을 살 수 있다. 매번 그 가격때문에 책을 사야할지 아니면 도서관에서 그 책이 나올 때까지(신간 기다리는데 6개월까지 걸린 경험이 있다는~) 기다려야 할지 고민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입으로는 '책은 삶의 양식'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막상 1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보면 머뭇거리게 되는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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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와 끝 모두 가격이 105엔. 싸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책들이 대부분.

"하드커버로 만들어지고 얼마 후에 문고판으로 나와?"
"몇 개월 정도~."
"그럼 누가 하드커버 사려고 하겠어~ 조금 기다렸다가 문고판 사지~."
"문고판 나오기까지 못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그런 사람만도 족히 몇 백만 명은 될껄~."

신간들이 서점에 나오자마자 사는 사람들이 족히 몇 백만 명은 된다니. 또한 신간 출시 후 몇 개월 후에는 다시 문고판으로 만들어서 거의 반값 이하로 책을 살 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이 문고판을 'book-off'와 같은 중고서적 유통서점에 가면 단돈 100엔에 살 수 있는 시스템. 책을 그다지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일본의 시스템은 너무 부러웠다. 이런 것도 일본인이 책 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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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에 서서 책을 읽는 사람들. 다리 아프지 않을까?

동대문운동장 인근 중고서적 파는 곳이나 동내 중고서점에 갔던 적이 있다. 갈 때마다 같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다르게 부른 웃지 못할 기억들. 몇 번을 갔으니까 내가 눈에 익을 만도 한데, 어쩌면 그렇게 가격을 다르게 부르는지. 물론 가격 협상이 물건 사기의 재미라고는 하지만 때로는 너무 심한 경우도 많다. 사고 나서도 속았다는 기분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book-off' 매장에서 책을 20권이나 샀다. 그래 봤자 2만원이다. 한국에서 2,3권 살 수 있는 돈으로 장만했다는 기쁨.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은 심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마키는 계속 웃고 있었다.

한일커플 도쿄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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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지음 | 위캔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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