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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요코 시장. 다양한 주전부리와 해산물, 과일 등을 구경할 수 있는 곳.
어느 나라를 가든지 해당 국가의 언어를 알면 많은 이점이 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용이하고 길을 찾기도 쉽다.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와 길 물어보기 정도는 준비하는 편이다. 물론 잘 알아듣지 못해도 말이다.
요번 일본 여행에서는 그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내가 마키의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마키의 차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귀차니즘'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도 이유. 어디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비록 간단한 인사말 정도라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행 4일째다. 한국의 영등포라 할 수 있는 '우에노'와 인사동 '아사쿠사'를 돌아볼 예정이다. 모두 서민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 우에노의 경우 특히 재래시장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곳. 물론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음에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을 터.
영등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누군가 일본의 영등포 '우에노'라고 했을 때 얼핏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니까 그런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끊임없이 지방에서 상경하는 사람들, 역주변 재래시장, 촌스런 카바레 밀집 구역,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모든 것들이 어린 시절 영등포의 그 이미지와 많이 닮았다.
▲ 마구로돈. 한국의 회덮밥하고는 많이 틀리다.
초고추장 없이 먹는 회덮밥도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초고추장 없이 먹는 회덮밥도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우에노 관광의 압권은 아메요코 시장. 수북이 거리에 쌓아 놓은 물건들과 호객행위 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중에서 '마구로돈'의 그 맛은 지금도 그립다. 일본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중 하나. 시장통 한 쪽 구석진 곳에 허름한 포장을 치고 영업하는 식당. 아직 점심시간이 안됐는데도 길게 줄을 선 것이 내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메뉴는 마구로덮밥 한 가지. 마구로가 기본이고 거기에 성게알, 문어, 낫또 등을 같이 넣어 먹는다. 부드럽고 달콤한 마구로를 게눈 감추듯 먹었던 기억.
▲ 센소지 경내에 있는 불탑~ 자전거 타고 지나가시는 아주머니 모습이 이채롭다.
▲ 녹차와 아케만쥬. 녹차의 밋밋함과 아케만쥬의 달콤함이 잘 어울린다.
절에서 고용된 것인지 한참동안 같은 장소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포즈를 취해주었다.
▲ 사무라이가 된 외국인? 재밌다.
▲ 녹차와 아케만쥬. 녹차의 밋밋함과 아케만쥬의 달콤함이 잘 어울린다.
다음 코스는 '우에노'에서 전철로 몇 정거장 떨어져 있는 일본의 인사동 '아사쿠사'. 일본풍 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센소지와 300미터 정도의 참배 길 나카미세 등이 볼 만했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수많은 참배객들과 외국인들이 관광하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기모노를 입고 포즈를 취해주던 여학생들. 절에서 고용된 것인지 한참동안 같은 장소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포즈를 취해주었다.
▲ 사무라이가 된 외국인? 재밌다.
오후까지 아사쿠사 관광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쉬었다. 숙소 인근에서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마키가 도쿄에 오기 전부터 말하던 중고 도서류 판매점 'book-off' 매장에 갔다. 매장에는 다양한 서적과 영상물이 있었다. CD, DVD, 성인잡지, 만화책과 서적 등이 1,2층 매장에 가득했다. 그 중 압권은 100엔 서적 코너. 세금 포함해도 105엔이다. 책을 펼쳐봐도 중고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깨끗하다. 밑줄 하나 없다. 구겨진 페이지 하나 없다. 이런 책이 단돈 100엔이라니.
▲ book-off 매장. 우리나라에도 북오프와 같은 중고서적 유통망이 생기길 바란다.
"책이 너무 싼 거 아니야?"
"문고판으로 나온 중고책이라서 그래~."
"하드커버는 얼마야?"
"아마 1000엔이 넘을 껄~."
"문고판으로 나온 중고책이라서 그래~."
"하드커버는 얼마야?"
"아마 1000엔이 넘을 껄~."
우리도 요새 서점에 가면 대충 1만원은 줘야 책을 살 수 있다. 매번 그 가격때문에 책을 사야할지 아니면 도서관에서 그 책이 나올 때까지(신간 기다리는데 6개월까지 걸린 경험이 있다는~) 기다려야 할지 고민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입으로는 '책은 삶의 양식'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막상 1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보면 머뭇거리게 되는 마음이란.
▲ 좌우와 끝 모두 가격이 105엔. 싸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책들이 대부분.
"하드커버로 만들어지고 얼마 후에 문고판으로 나와?"
"몇 개월 정도~."
"그럼 누가 하드커버 사려고 하겠어~ 조금 기다렸다가 문고판 사지~."
"문고판 나오기까지 못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그런 사람만도 족히 몇 백만 명은 될껄~."
"몇 개월 정도~."
"그럼 누가 하드커버 사려고 하겠어~ 조금 기다렸다가 문고판 사지~."
"문고판 나오기까지 못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그런 사람만도 족히 몇 백만 명은 될껄~."
신간들이 서점에 나오자마자 사는 사람들이 족히 몇 백만 명은 된다니. 또한 신간 출시 후 몇 개월 후에는 다시 문고판으로 만들어서 거의 반값 이하로 책을 살 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이 문고판을 'book-off'와 같은 중고서적 유통서점에 가면 단돈 100엔에 살 수 있는 시스템. 책을 그다지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일본의 시스템은 너무 부러웠다. 이런 것도 일본인이 책 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듯.
▲ 편의점에 서서 책을 읽는 사람들. 다리 아프지 않을까?
동대문운동장 인근 중고서적 파는 곳이나 동내 중고서점에 갔던 적이 있다. 갈 때마다 같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다르게 부른 웃지 못할 기억들. 몇 번을 갔으니까 내가 눈에 익을 만도 한데, 어쩌면 그렇게 가격을 다르게 부르는지. 물론 가격 협상이 물건 사기의 재미라고는 하지만 때로는 너무 심한 경우도 많다. 사고 나서도 속았다는 기분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book-off' 매장에서 책을 20권이나 샀다. 그래 봤자 2만원이다. 한국에서 2,3권 살 수 있는 돈으로 장만했다는 기쁨.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은 심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마키는 계속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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