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여행이야기

치앙라이 그녀들

도꾸리 2008. 1. 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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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추억이 때로는 새로운 여행으로 저를 이끄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낯선 곳에서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그들과의 진솔한 대화는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감동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오늘 소개할 두 명은 오래 전에 태국 치앙라이 여행중 만났던 소녀입니다. 그들에 대한 단상,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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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훌쩍 넘은 시간에 이들을 만났네요. 만났다기 보다는, 지나가던 내가 이들에게 말을 걸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듯. 하루종일 돌아다녔으면 지칠만도 한데, 다시 삼각대와 카메라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다가 이들을 만났다는.

건물 구석진 곳에서 두 명이 꽃을 탁자 위에 놓고 앉아 있길래, 처음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줄 알았어요.어려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한 명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어, 난 술이나 이 지역 특산물(?)인 마약 종류를 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쩌면 이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듯...처음에는 그냥 그렇고 그런 길거리 여자 정도로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나의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이들은 그 늦은 시간에 꽃을 팔고 있었어요. 아침에는 학교 식당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길거리에서 국수파는 노점 일을 하고 말이죠. 그 일이 끝나면 이렇게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취객을 상대로 꽃을 파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합니다.

약을 했거나, 술을 마셔서 눈이 뻘겋게 충혈된 것이 아니었어요. 피곤한 삶에 자연스레 눈에 피빛 생기가...그래...피빛 생기가...

이들과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를 했어요. 서로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몸짓과 손짓을 동원해가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알 수 있었어요. 그들의 삶의 깊이가, 그들의 삶에 대한 희망이, 그 길고도 질긴 생명력을 말이죠.

술취한 동네 건달의 시비만 아니었어도, 그들과 좀 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어요.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하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더군요. 그 이상한 눈을 부담스러워한 나머지 그들과 다음을 기약하며 슬픈 이별을 해야만 했어요. 좀더 이야기 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들은 그렇게 매일 같은 장소에 나온다고 했어요. 아무리 일이 고달퍼도,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비만 안온다면 그렇게 나와 꽃도 팔고, 이야기도 하며 하루의 고생을 훌훌 털어버린다고 했어요.

그렇게 아쉽게 헤어진 후 그들과의 만남을 다시 간절히 원했어요. 아니, 그들의 치열한 삶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네요. 내게 사라진 그 삶에 대한 희망, 의미 같은 것이 이들에게는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

운이 없게도 다음날 비가 와서 그들을 만나지 못했어요. 그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나와 꽃을 팔고 있을까요? 이들이 그리워집니다. 아니, 그 치열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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