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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다만의 진주 푸켓. 그 푸켓의 빠통해변
▲ 한 외국인 가족이 해변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다시금 아침이 밝았다. 그 파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침 산책 겸 파통 해변을 갔다. 안다만의 진주라든지, 동양의 골드코스트 같은 표현은 아마도 이 파통 해변을 두고 하는 표현일 것이다. 장장 3km에 달하는 백사장, 고운 모래, 코발트 빛 바다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다 후련하다.
▲ 다시 내리는 비. 일상.
어제의 그 소나기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파란 하늘은 더이상 어디에도 없다. 반투명 잿빛 구름만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시장통 안은 온통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뿐이다. 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모두 한결같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어린 시절 비가 오면 비탈진 동네 골목길에 흙으로 댐을 만들고 물 가두기를 하고 놀았다. 어느 정도 물이 가둬지면 그 위에 종이배를 올려놓고, 물길을 터준다. 그 물길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는 종이배처럼 사람들도 터진 물길 사이로 흐르는 유량에 몸을 맡기고 그렇게 빨리 흘러가고 있었다.
▲ 카오랑에서 바라본 전경과 거대 좌불상.
뚝뚝을 전세 내고 카오랑(푸켓타운 뒷산)으로 향하는 도중에 비는 어느새 멈추었다. 하늘은 조각구름으로 가득하다. 바람을 따라 다들 어디로 흘러간다. 저러다 어느 곳에서 다시 모여 그 친근한 비를 내리겠지? 저 구름이 서울의 그곳에라도 가는 듯 아는 체를 해본다.
카오랑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시원했다. 그렇다. 시원했다. 멋진 것도, 아름다운 것도 아닌 시원한 경관. 꽉 막힌 가슴이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뚫린 듯한 느낌이다.
황금색 거대 불상을 보게 되었다. 카오랑에 가는 뚝뚝을 전세 내면 으레 가는 곳이다. 운전자로서는 어차피 산 정상에 갔다 내려올 때 잠시 들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덤 같은 느낌이겠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곳에 볼 것이 더 많다. 산 정상에서 조금밖에 안 내려왔기 때문에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광경도 괜찮다.
거기에 거대한 좌상이 있다. 아래서 위로 올려다볼 때의 그 위엄은 가히 장관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복사열이 작렬하는 이곳 바닥에 유리재질 타일을 깔아 놓아서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없다는 것 정도. 별 수 없이 폴딱폴딱 뛰면서 구경해야 한다. 개구리처럼 말이다. 재밌다.
▲ 시끌복잡 중국 사원.
중국 사원은 시끄럽다. 아니 중국인이 모이는 곳은 시끄럽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빨간색과 금색으로 치장한 장식이 주는 느낌도 시끄러울 뿐만 아니라, 축제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다연발 폭죽의 굉음도 시끄럽다.
이곳에서도 시끄러우면서 시끄럽지 않은 것이 있다. 시끄럽게 여러 신을 한 곳에 죄다 모아 놓았지만, 그들의 위엄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부리부리 눈을 치켜들며 예배드리는 모든 사람들을 근엄하게 쳐다보는 모습이 사뭇 색다르다. 그들 앞에 서면 마치 감추고 싶은 비밀들을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묻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끄러우면서도 시끄럽지 않은 신들.
▲ 푸켓의 모스크.
타이는 국민의 95% 이상이 불교신자다. 남부로 내려가면 조금 상황이 달라져 중부나 북부 지역보다 무슬림 사원인 모스크를 더 자주 발견하게 된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인접한 남부로 내려갈수록 그 빈도가 더해진다.
한때 이 무슬림들이 분리 독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들은 무력시위를 벌이거나, 인근 경찰서를 습격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한때는 방콕 지하철과 지상철에서 폭탄 테러에 대한 훈련까지 할 정도였다.
이들 무슬림의 집단 거주지인 나라티왓, 얄라, 파타니주와 관광객이 가는 곳은 많이 떨어져 있는 편이다. 지금은 이런 소요사태가 많이 진정된 듯하니 타이 여행 가는 것도 별 무리 없는 듯하다.
▲ 흰옷을 입은 낀쩨 축제 참가자들.
푸켓에서 유명한 축제를 꼽으라면 채식주의자 축제라고 알려진 '낀 쩨'를 들 수 있다. 매년 음력 9월 1일부터 9일간 열리는 이 축제는, 그 기간 내내 정결을 상징하는 흰색 옷을 입고, 술과 육식을 금하며, 때로는 신에 대한 경건한 믿음을 나타내기 위해 칼로 배를 긋는다든지, 커다란 장신구를 귀나 혀에 걸고 다니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믿음으로써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또한 실제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아쉽게도 올해는 전야제에만 참석하게 되었다.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난 그들의 희열에 찬 얼굴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 낀쩨 축제 전야제.
경찰은 썽테우 정류장 바로 앞 블록의 거리를 통제했다. 그곳에서 전야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거리는 흰옷을 입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식당은 만원이었다. 믿음으로써 신들린 사람을 구경하기 위해 그들 또한 흰색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이런 그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늦은 밤 푸켓 타운을 떠나야 했다. 짧은 2박 4일의 일정을 아쉬워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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