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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떠나는 603번 버스는 언제나 붐빈다. 운행하는 노선의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인지, 아니면 공항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는 몰라도, 매번 빈자리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떠나는 자가 무엇을 가리랴. 대충 빈자리에 앉아 창밖 풍경을 감상한다. 여행을 떠나는 자의 이름 모를 고독. 평소라면 비 때문이라 치부해 버렸을 텐데, 오늘따라 유난히 머릿속 생각들이 정리가 안 된다.

버스는 공항로 한가운데를 미끄럽게 나아간다. 차 안에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차바퀴에 밀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왠지 시선이 차 밖에 머물러 있다. 내 마음도 밖에 있다.

김포공항에 들러 사람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운전기사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비가 와서 그런지, 평소 안 하던 짓을 한다. 안전 벨트를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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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는 아침부터 그렇게 비는 주룩주룩 내렸다.

인천 톨게이트를 지나 공항까지 뻗어 있는 다리를 건넌다. 목을 빠끔히 차창 밖으로 내밀지 않으면 다리인지도 모르겠다. 좌측에 운무에 가려진 공장 굴뚝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공장에서 나온 연기가 온 하늘을 뒤덮고 있는 듯하다. 갑자기 차에서 내리기 싫어진 나.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비행기 출발시각 보다 2시간이나 일렀다. 난생처음으로 단체 항공권을 수령하기 위해 모 여행사 데스크에 갔다. 가보니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족히 20~30명은 될 듯. 내 이름을 이야기하자 여권을 주고 30분 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여권을 왜 주어야 하는지 어떤 설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난 아무런 의심없이 여권을 주고 자리를 뜬다. 왠지 내가 단체여행객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싫어서 그랬는지도...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은 붐볐다. 금요일 저녁이어서 그런가? 마치 금요일 밤을 즐기기 위해 쏟아져 나온 거리의 사람들 마냥 정신없다. 다들 서로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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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후배. 전공을 살려 중국항공사에 취업.

우연하게도 대학 후배를 공항에서 만났다. 중국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그에 대한 예전의 기억들은 더 이상 내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의 모습으로 찍힌 사진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그래서 난 사람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존재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더 나아가 변화의 모습을 담아 낼 수 있는. 머릿속 공상으로 말고, 카메라 LCD로 보이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말이다.

30분 후 다시 여행사 카운터에 가니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30분 전에 오라고 한 때나, 30분 후나 별반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기다리라는 소리만 한다. 곳곳에서 단체여행객들의 짜증스러움만 들린다. 30분의 변화를 보여달라는.

20~30분 정도 더 지체하고 탑승권과 여권을 받았다. 그리고 노란 깃발을 들고 있는 인솔자 옆을 지나자마자 왠지 다시 잿빛 하늘의 느낌이 밀려왔다. 이래서 배낭여행객은 외로운 듯.

비행기에 탑승 후 몇 개의 한국 신문을 가지고 앉았다. 주위에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 천지다. 이들이 가는 곳과 내가 가는 곳은 틀리다. 같은 비행기 안이면서도 말이다. 자연스럽게 얼굴을 신문에 파묻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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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 안에서 본 창문. 흐릿하다.

비행기는 한동안 멈추어 있다. 환한 실내에서 어두운 바깥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신문을 잠시 내려놓고, 손을 둥글게 모아 빛을 차단하고 밖을 쳐다본다. 가로등 아래 고인 검은 물결이 아름답다. 밝은 곳에서 볼 수 없는 외로운 풍경. 나만이 느끼는 아름다움...

푸켓 공항에 12시가 넘은 시각에 도착했다. 무거운 더위가 나를 감싸 안는다. 곧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린다. 이것이 태국이다.

푸켓 공항에 내린 비행기는 우리가 마지막인 것 같다. 하긴 다른 비행기 승객들이 섞였더라도 몰랐을 것이다. 단지 너무 자그마한 공항에 너무 적은 수의 승객들이 바삐 돌아다니는 것을 통해서 추측할 뿐이다.

짐이 없고 그룹으로 오지 않은 관계로 가장 먼저 출국장을 나왔다. 의례 보이는 출국장 밖 팻말들이 하나둘씩 눈에 띈다. 언제쯤 저런 팻말을 유심히 보고 지나갈지 궁금하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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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2시 공항에 단체여행객을 마중나온 가이드들.

공항 입구에서 나오니 이곳저곳에서 사설택시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늦은 시각, 혼자, 무더운 날씨. 이런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서 알고 있다. 아무 택시나 잡고 빨리 공항을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가능한 빨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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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서 타고온 자가용 택시. 불법인가?

택시기사와 400바트에 푸켓타운까지 가기로 합의를 봤다. 택시 기사는 대뜸 빠똥비치에 왜 안가냐고 물어본다. 다들 빠똥비치에 간다고. 여기서도 나 혼자이다. 다시 혼자가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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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천원짜리 방. 배낭여행객이 무엇을 더 바라리요~

푸켓타운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2시. 무더운 공기와 싸우며 2층 방으로 이동했다. 200바트짜리 치고는 상당히 좋았다. 킹사이즈 침대에 화장실이 딸려 있다. 시트가 조금 누리끼리하고, 바닥에 이름모를 벌레의 알이 있는 것 빼고는 좋았다.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 무더운 공기때문인지, 눈꺼풀이 무겁다. 웅웅거리는 선풍기 소리만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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