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04년~08년)

삼겹살 200g 달라굽쇼?

도꾸리 2008. 1.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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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상다반사' 이야기

① 게살과 계란의 조화 - 카니타마

② 마키와 도꾸리의 미래 모습~

 ③ 2천원의 행복 - 에다마메

④ 타이인의 아침식사 '쪽'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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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봉지에 담긴 돼지고기 한 근


이삼일에 한 번쯤은 시장에 갑니다. 집 근처에 재래식 시장이 있어서 굳이 갈 일이 없어도 재미삼아 가는 편이에요. 시장에 갈 때 우리는 항상 메모를 가지고 갑니다. 주로 그날 당일 필요한 음식들에 대한 메모에요. 과일이며, 야채, 빵 등 필요한 물품에 대한 목록을 적고,  그 메모에 따라 시장을 보는 편이에요.

마키는 내가 혼자 시장에 가는 것에 대해서 반대를 한답니다. 다른 한국 여자라면 좋다고 할 텐데 그 반대라는. 이유는 내가 손이(?) 너무 크다는 것이에요. 또한,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기분에 따라 닥치는 대로 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번은 삼겹살을 사러 같이 갔어요. 몇 일전 텔레비전에서 삼겹살에 관한 방송을 본 후 갑자기 삼겹살이 먹고 싶어졌다는. 그래서 그날도 마키와 함께 장을 보러 갔어요. 저녁 무렵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거렸어요.

정육점에 도착해보니 삼겹살을 싸게 팔고 있었어요. 한 근에 5,000원, 두 근에 10,000원, 세 근에도 10,000원. 당연히 3근을 주문해야 겠다고 생각한 나 . 다 못 먹으면 냉동실에 놓고 나중을 기할 수 있기 때문. 우선 마키에게 삼겹살 세일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요. 아무래도 관심 없다는  표정입입니다. 그래도 삼겹살 만 원어치가 가져오는 행복(?)에 대해서 설명을 했답니다. 내 설명에는 관심 없다는 듯 무표정한 마키. 그러다가 한마디 하네요.

"난 삼겹살 안 먹어~ 200g만 사자~"
"200g 가지고 누구 코에 붙여~~"
"그럼 한 근만 사던가~"

아내 마키는 언제나 이렇답니다. 세일을 하니까 좀 많이 사놓고 먹으면 좋으련만, 아내는 늘 먹을 양만큼 사려고 합니다. 야채 같은 것도 꼭 필요한 만큼만 산답니다. 오이 몇 개, 호박 반 토막 머 이런 식으로 말이죠. 큰 슈퍼를 가야지 호박 반개도 팔고, 오이 몇 개도 팔지만, 시장에서 그렇게 주문했다간 한 소리 듣기 십상이라는. 마키도 요새는 이런 점을 아는지 재래시장에 가서는 저(?)에게 주문을 시킨다는.

하지만, 매번 집에 돌아와서는 마키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실감한답니다. 특히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야채와 과일을 볼 때마다 말이죠.  

삼겹살 한 근을 둘이서 다 먹지 못했네요. 물론 냉동실에 넣고 다음에 먹겠지만 어디 냉동고기가 생고기의 그 맛을 따라올 수 있겠습니까. 오늘도 마키의 손이 작음(?)을 감사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다들 적고 작게 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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