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08 상해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 상해 외탄의 아픈 기억

도꾸리 2008. 10. 24. 15:31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징똥루역을 나와 발걸음을 와이탄 방향으로 옮겼다. 황푸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 와이탄. 과거 아편전쟁의 패배로 난징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을 서구 열강과 맺게 된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상하이를 대외에 개방해야만 했다. 그 개방의 중심지가 바로 와이탄 일대. 인근에 영국,프랑스,미국, 그리고 일본의 조계지가 들어선 이유도 맥락을 같이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유야 어쨌든 와이탄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중세 유럽풍 건물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해가 진 뒤 조명이 들어오는 밤이 되면 야경을 즐기러 나온 내외국인으로 거짓말 조금 보태 발 디딜 틈도 없다.

 오늘 갈 곳은 와이탄 북쪽에 있는 황푸공원黄浦公园과 외백도교外白渡桥.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화려한 와이탄의 겉모습과는 달리 상하이의 아픈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딕 양식의 화려한 건물들이 도열한 와이탄이 품고 있는 그 슬픔을 찾아 황푸공원 방향으로 이동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하이 어머니강 이라고 불리는 황푸강과 쑤저우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황푸공원. 강변으로 길게 이어진 산책로에는 상하이의 미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는 푸동과 과거의 역사를 간직한 와이탄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원 입구에는 중국 혁명에 있어서 무산계급의 중요성을 형상화한 청동 동상이 그 위엄을 뽐내고 있다. 또한, 푸동이 한눈에 들어오는 강변에는 1840년부터 1949년까지 상하이 인민혁명의 역사가 적혀 있는 대형 탑이 세워져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황푸공원이 유명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상징물 때문만은 아니다. 19세기 후반 상하이 최초의 공원이란 수식어를 가지고 개원할 당시 공원 입구에는 묘한 공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바로 공원에서 지켜야 할 수칙을 적어 놓은 것인데 그 내용중 4번째가 '자전거와 개는 출입금지(脚踏车及犬不准入内)'였으며, 5번째가 바로 그 유명한 '서양인의 하인을 제외하고 중국인 출입금지(除西人佣仆外,华人不得入内)'조항이었다. 나중에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华人与狗不得如内'라는 말로 퍼지게 되었고, 외세의 불평등에 항거하지 못하고 참을 수 밖에 없었던 한 많은 아픈 기억의 상징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아픔은 무려 60여 년간 지속되었다가 192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중국인도 황푸공원에 입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실로 중국인으로서는 뼈아픈 과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황푸공원과 맞닿은 곳에 철제로 지어진 외백도교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지금이야 해저터널도 있고 전철이나 페리도 있지만  상하이가 개항했을 당시 강을 건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바로 나룻배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 일대에 영국과 미국의 조계지가 들어선 이후 작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영국인 웰스(Wells)가 세운 회사에서 목조 다리인 외파도교外摆渡桥를 세운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리가 놓이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편리함을 쫓아 다리를 이용하게 되었고, 점차 나룻배 사용 빈도가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다리를 건널 때 내는 통행 요금인 과교세(过桥税)를 중국인에게만 징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이러한 불평등에 항거라도 하는 듯 많은 중국인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나룻배를 이용해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결국 정부에서는 자국민의 손을 들어줘 외파도교 서쪽에 지금의 외백도교 전신인 길이 100m, 폭 12m의 다리를 건설하였다. 이후 대부분의 사람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외백도교를 이용하게 되자, 과교세를 걷지 못하게 된 외파도교는 결국 철거당하게 된다. 외백도교의 백()자는 바로 무료를 뜻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연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의 외백도교는 푸동 일대를 조망하기 위한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줄줄이 이어진 운반선의 모습과 멀리 마천루 푸동의 실루엣이 교묘히 교차하는 곳. 특히, 주말이면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의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 포스팅이 유익 하셨다면 한일커플의 B(秘)급 여행을 구독해주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