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도이자 정치 도시인 베이징. 경제도시 상하이에 비해 높은 건물도 화려한 네온사인을 자랑하는 거리도 별로 없다. 하지만 상하이의 활력에 버금가는 그 무엇인가가 베이징에 존재한다. 중국의 수도이자 정치의 중심이라는 것은 베이징 사람들의 콧대를 높게 만들었다.
성곽을 갖춘 도읍지로서 베이징의 시초는 기원전 5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나라의 봉건제후국이었던 연국(燕国)이 지금 베이징 서쪽에 도성을 쌓은 것이 시초. 베이징에서 파는 맥주 이름이 연경맥주(燕京啤酒)인 것도 다 이런 이유다. 1125년에는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가 북경 일대를 수도로 했고, 1267년에는 몽골족이 남하해 현재 자금성 뒤편 북해공원 일대에 성을 세웠다. 진, 원, 명, 청나라를 거쳐 베이징은 명실상부한 중국의 수도였다.
베이징 사람들의 자부심은 음식에도 나타난다. 오랫동안 중국의 수도였던 탓에 궁정요리가 발달했다. 황제에게 진상할 음식이기에, 맛뿐만 아니라 모양새도 중요했다. 베이징 요리는 화북지방인 탓에 쌀과 생선보다는 밀가루나 육류를 사용한 요리가 비교적 많다. 또한, 베이징에서는 중국 전역의 각종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
여러 왕조의 수도였던 탓에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베이징, 하지만 음식 때문에 베이징 여행을 포기하는 여행자도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중국음식, 하지만 베이징 현지에서 맛보는 중국음식은 우리가 먹던 중화요리와 사뭇 다르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고, 낯선 향신료를 사용해 먹기 거북한 음식도 많다. 또한, 언어적인 문제로 원하는 음식을 주문 못 하는 것도, 베이징 여행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오늘은 베이징 여행할 때 알아두면 좋은 음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북경식 오리구이나 중국식 샤브샤브처럼 고가의 요리보다는, 가격도 저렴하고 어느 식당에서나 주문 가능한 서민적인 요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별들의 나라 중국! - 택시,화장실,공원에 별을 매기다.
1. 징장러우쓰/京酱肉丝
볶은 돼지고기를 두부피에 싸먹는 음식. 만드는 방법은 간단. 일단 채 썬 돼지고기를 춘장으로 볶는다. 이렇게 볶은 돼지고기를 두부로 만든 얇은 피에 싸서 먹는다. 이때 얇게 썬 파 등을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 두부피의 담백함, 춘장으로 볶은 돼지고기의 고소함, 그리고 파의 알싸함이 잘 어울린다.
2. 위샹치에즈/鱼香茄子
매콤하면서 달콤한 소스로 맛을 낸 가지요리.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사천지역 음식이다. 간장, 식초, 설탕이 들어간 소스에 마늘과 생강을 추가한다. 이렇게 준비된 소스에 가지를 넣고 볶은 음식. 돼지고기 편육이 들어간 위샹러우쓰(鱼香肉丝), 돼지 간을 넣은 위샹주간(鱼香猪肝)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3. 탕추러우/糖醋肉
원조 중국 탕수육. 달고(糖) 신(醋) 맛이 나는 고기(肉)란 뜻. 탕수육의 이런 새콤달콤한 맛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탕추러우는 종류가 여러 가지. 재료에 따라 닭고기를 사용한 탕추지(糖醋鸡), 민물고기를 이용하면 탕추위(糖醋鱼), 그리고 돼지갈비가 들어간 탕추파이구(糖醋排骨) 등이 있다.
4. 따판지/大盘鸡
중국식 닭볶음. 중국 신강성 위구르족 음식. 일반식당보다는 회족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물론, 베이징 곳곳에 따판지 파는 회족식당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흰색 터번이나 모자를 쓴 종업원이 식당에 있으면 대충 회족식당이라고 보면 된다. 따판지를 주문하면 이름처럼 큰 접시(大盘)에 매콤하게 볶은 닭(鸡)이 나온다. 피망이나 마른고추가 들어가 있어 매운 음식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잘 맞는다. 따판지 하나면 밥 몇 공기는 금방 해치운다.
5. 빤황과/拌黄瓜
중국식 오이무침. 만드는 방법은 한국과 비슷하다. 다만, 한국에서는 고춧가루를 넣지만, 중국은 참기름과 마늘을 넣는 것이 다르다. 아삭아삭 먹는 느낌도 좋고, 맛도 시원하다. 중국음식이 기름으로 볶은 것이 많아 대체로 느끼한데, 빤황과 하나 주문하면 이러한 느끼함을 날려준다.
6. 티에반니우러우/铁板牛肉
중국식 소고기철판볶음. 소고기에 피망, 오이 등을 넣고 간장양념으로 볶는다. 이렇게 볶은 소고기를 철판 위에 올려 손님에게 제공한다.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타는 소리,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음식 냄새,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한국에서 먹는 소고기볶음과 맛이 비슷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7. 꽁빠오지띵/宫保鸡丁
중국식 닭고기 볶음. 꽁빠오지띵은 북경 유학생에게 가장 친숙한 음식 중 하나. 주로 단품으로 팔지만, 덮밥으로도 맛볼 수 있으며, 식당에 따라 면과 세트로 파는 경우도 있다. 밥반찬으로 꽁빠오지띵만한 것이 없다. 내 경우 베이징 여행할 때 매끼 주문할 정도.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닭은 깍둑썰기로 준비한다. 여기에 오이, 당근 등을 닭과 비슷한 크기로 자르고, 땅콩이나 캐슈너트 등을 준비한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를 함께 넣고 매콤달콤한 소스를 넣고 볶으면 된다.
8. 시홍스차오지딴/西红柿炒鸡蛋
중국식 토마토달걀볶음. 중국에서는 음식에 토마토가 자주 등장한다. 토마토를 썰어 설탕을 뿌려 먹거나, 달걀스프에 넣어 먹기도 한다. 또한, 볶는 음식에도 토마토가 자주 들어간다. 토마토가 들어간 음식은 대체로 만드는 법이 간단하고, 금방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자주 만든다. 토마토를 이용한 음식 중에서 특히 시홍스차오지딴이 인기가 높다. 중국식 오이무침인 빤황과처럼 느끼함을 달래주는 것이 특징.
9. 마포떠우푸(麻婆豆腐)
원조 마파두부.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중국 사천. 이곳에서 곰보 자국이 있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해서 마포떠우푸라 불린다. 한국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주문하면 비싸지만, 베이징에서는 저렴하면서도 본고장 그 맛을 맛볼 수 있다. 마포떠우푸 만들 때 고추기름과 산초열매를 듬뿍 넣는 것이 특징. 특히, 산초열매가 들어가 입안이 시릴 정도로 맵다. 베이징에서 본고장 마파두부를 꼭 맛보자.
10. 투떠우쓰/土豆丝
중국식 감자볶음. 뚜떠우쓰는 일반 가정에서도 자주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감자 자체가 서민적인 요리 재료일 뿐만 아니라 영양도 풍부하기 때문. 한국 감자볶음과 다른 점이라면, 투떠우쓰에는 추(醋)라 불리는 검은 식초를 넣는다는 것. 또한, 얇게 썬 감자 채를 가볍게 볶아 만들기 때문에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