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 남기는 최후의 말, 아내와 함께 이야기해보니...

아내랑은 이야기를 참 많이해요. 일단, 제가 술을 안 마시는 관계로 저녁에 거의 집에 있지요. 또한, 해외에 살다보니 주변에 자주 만나는 친구도 별로 없고, 특별히 컴퓨터 오락같은 게임도 즐겨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내와 얼굴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른 가족에 비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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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대화중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둘중에 한 명이 먼저 죽게된다면, 최후의 한 마디로 어떤 말을 할것인지. 생뚱맞게 죽기 전 마지막 한마디를 지금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재밌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되자 아내와 나 모두 갑자기 진지모드로 돌변했답니다.  

일단 제가 죽기전 아내에게 남기는 한 마디는?

"楽しかった、ありがとう（즐거웠어, 고마워)"

죽기전 남기는 최후의 한 마디를 지금 생각하려니,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내와의 짧지 않은 결혼생활, 많이 다퉜고, 즐거운 일도 많았죠. 그래서 떠오른 단어가 바로, '즐거웠어'입니다. 아내와 함께한 시간, 세월이 어떻게 지난지도 모르게 정말로 즐거웠던 것 같아요. 

이를 듣고 아내는 한바탕 크게 웃더니, 나중에 볼멘 목소리로 한마디 하더군요. 최후의 한마디가 '즐거웠어'가 머냐고. '행복했어' 내지는 '최고였어'면 모를까, '즐거웠어'는 왠지 혼자서만 즐기고 간듯한 느낌이 난다나 머래나. 아내의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둘 모두 배꼽 잡고 웃었답니다. 서로의 생각에 대해, 서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아내가 죽기전 저에게 남기는 최후의 한 마디는?

"陽よろしくね、ありがとう(하루를 부탁해, 고마워)"

아내는 일단 아들(하루) 걱정이 앞선다고 합니다. 아이가 다 컸다면 문제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남자 혼자서 아이 키우기 힘들다며. 재혼 자리라도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하더군요. 다 하루를 잘 키우기 위해서. 

여기에 저도 지지 않고 한 마디 했죠. 왜 내 걱정은 안하냐고. 남편 걱정은 안하고 아들 걱정만 하냐고. 그랬더니 아내가 막 웃더군요. 그러며 아내에게 있어서 첫 아들은 영원한 남자친구라며, 언제나 돌봐줘야 할 존재로 인식한다나 머래나. 물론, 남편인 저는 언제나 우선순위가 아들(하루)에게 밀린다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더군요. 아이 생기면 아내들은 다 이렇게 변하나 봅니다. 

죽기전 최후의 말을 생각한다는 것이 그렇게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내와 저,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많이 울었어요. 둘 중 한 명이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현실에 대한 인식, 여기에서 오는 외로움, 혹은 슬픔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고 왠지 후련한 느낌이 들더군요.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을 통해, 정말로 인생이란 한 치 앞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은 가족과 함께 인생 최후의 한 마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과정은 힘들고 슬픈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따뜻하고 후련하답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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