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08년~12년)/LIFE

일본 병원에서 입원 거부를 당하고 느낀점.

도꾸리 2011. 5. 27. 09:27
반응형
블로그 활동이 한동안 뜸했어요. 그동안 감기때문에 고생했답니다. 열이 40도가 넘는 날이 연일 지속될 정도. 오늘은 일본에서 입원 거부당한 이야기를 할께요. 거부 당했다고 적었지만,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월요일 낮에 살짝 한기가 느껴지더군요. 평소대로 이럴 때를 대비해 가정상비약으로 준비해둔 종합감기약(시판용)을 몇 알 먹었죠. 나름대로 감기 초기진화용였어요. 저녁에 아내가 돌아왔고 함께 식사를 했어요, 몸이 조금 나른했지만, 특별히 이상은 없었죠. 그리고 9시가 지난 무렵 심한 한기를 느꼈답니다. 한기가 지난 후 열이 순식간에 오르더군요. 39.4도. 주변 병원은 문을 닫은 시간이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자니 새곤새곤 자고 있는 아이까지 깨워야 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더군요. 그렇게 겨우겨우 하룻밤을 버텼네요. 그리고 아침에 하루를 보육원에 보내고 아내와 함께 집 인근 병원에 갔어요. 

항문에 털 나는 병, 모소동을 아시나요?

병원선생님은 발병시간과 목 가슴 등을 체크하더니 지금은 무슨 병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이때가 40.4도, 거의 기절할 것 같은데 선생님은 해열제 몇 개 주시며 저녁에 다시 오라고 했어요. 집으로 돌아와 해열제를 먹으니 그나마 몸이 조금 편해지더군요. 그래도 38도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더군요. 지난 저녁의 힘들었던 시간을 다시 보내고 싶지 않아, 저녁 병원에 가면 입원하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저녁에 다시 아내와 병원에 갔어요. 인플레자 검사는 정상. 그리고 흉부 엑스레이 촬영, 이것으로도 폐렴의 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혈액검사, 마찬가지로 특이사항 무. 그렇다면 도대체 40도가 넘는 고온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몸이 너무 힘든 나머지 의사선생님에게 링겔이라도 놓아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돌아온 반응이 의외였죠. 

"수분 보충만 충분하다면 링겔 맞을 필요 없습니다"

아파서 조금이나마 편해지고자 링겔 달라고 한건데, 이렇게 일언지하에 거절하시다니...화를 낼 힘도 없더군요. 그렇다면 열을 내릴 수 있는 주사라도 놔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마찬가지로 대답은 안된다는 것이었어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사를 놓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경우  약물로 치료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온 때문에 지난 밤 너무 힘들었으니, 원인이 밝혀지기까지 병원에 입원시켜달라고 했지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의사의 치료 거절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가 났지요. 환자가 지금 고온으로 아파 죽겠다는데, 주사, 링겔, 그리고 입원도 안된다고 하다니. 한국에서 제가 이제까지 받아온 치료와 비교한다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한국에서 열이 나면 일단 병원에 가서 진찰 받고 주사 한 방 맞으면 끝나는 시나리오이니깐요. 일본에서는 이것이 적용 안되 답답하더군요.   

그렇게 당일 해열제와 항생제 처방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날도 전날 밤과 마찬가지로 고온으로 힘들게 보냈죠. 다음날 아침 다시 병원 예약 시간에 맞게 갔습니다. 다시 제 몸 이곳저곳 살펴보시던 의사선생님은 목이 빨깧게 부어 있는 것을 보시더니, 고온의 원인으로 편도선염을 지적하시더군요. 그리고 편도선염에는 지난 밤 처방한 항생제와 해열제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역시나 링겔이나 주사를 놓지 않았답니다. 

일본 처방전 보고 웃은 이유!

그렇게 며칠이 흘렀네요. 지금은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몸에 제법 가벼워졌어요. 열도 거의 없고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내는 이제까지 주사를 맞은 적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예방접종 정도가 전부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한국처럼 감기에 걸리면 일단 주사부터 맞고자 하는 것이 일본에는 없는가 봅니다. 

비슷한 예는 하루에게도 적용됩니요.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약을 잘 안주더군요. '생명체는 40도 정도의 열에 견딜만한 충분한 에너지와 힘을 가지고 있다'며 저에게 열변을 토하고 해열제 주기를 거부한 의사도 있었으니 말이죠. 

사실, 저는 아직까지 한국의 의료체계가 몸에 베어서 그런지, 주사도 안주고, 링겔도 안 주는 일본 병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무엇보다 몸이 아프니 아무것도 눈에 안들어오더군요. 그냥 주사 한 방으로 끝냈으면 하는 생각뿐. 성격이 급한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일본 의료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치료를 안해도 될 곳에 치료를 안 한 것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열 난다 싶으면 링겔이나 주사 남발하는 한국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일본 여고생 김치, 무슨 맛일까?
리얼돌, 인간을 닮은 인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