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08년~12년)/LIFE

하루, 미끄럼틀을 정복하다!

도꾸리 2011. 4. 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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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태어난지 25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 걸어다니죠. 걷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 적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다행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루가 지난 주에 드디어 미끄럼틀을 정복했습니다. 집 앞 공원에 있는 미끄럼틀, 매번 혼자 오르다 실패했었거든요. 그렇게 실패를 몇 번 반복하다가, 드디어 혼자서 미끄럼틀 타기, 성공했어요. 

하루 타기에는 제법 큰 미끄럼틀. 처음에는 미끄럼틀 부분을 거꾸로 오르더군요. 그렇게 몇 번 도전을 하더니만,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금새 포기를. 그리고 반대편 계단을 이용해 오르기 시도!



사실, 하루의 미끄럼틀 정복은 훨씬 전에 이루어졌을지도 몰라요. 가파른 철제계단을 충분히 오를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켜보는 쪽이 불안해서 내려오게 했지요. 물론 그때마다 올라갈 수 있다며 발버둥을 쳤지요. 

불안이라는 것을 경험, 혹은 알게 된 후부터, 아마도 저에게서 용기 혹은 순수함이라 불리는 것이 멀어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주에는 그냥 내버려뒀어요. 물론, 불안감이라는 놈이 하루가 가파른 계단을 오를때마다 제 깊숙한 곳 어디에선가부터 스멀스멀 기어나오더군요. 마음 단단히, 하루를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답니다. 물론, 최후의 안전 장치는 확보하고요.



꼭대기까지 오른 하루, 환하게 웃더군요. 정말 해맑게. 두려움, 공포 따위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마냥 신기한, 즐거운 하루.



그렇게 미끄럼틀을 내려오더니 이제는 흙장난을 합니다.



하루의 미끄럼틀 정복, 사실 많은 것을 저에게 일깨워주었답니다. 제가 하루에 대해 염려, 걱정하는 것들이 때로는 과할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죠. 물론, 부모로써의 관심와 사랑을 기본이겠지만, 너무 지나친 것도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혼자서 미끄럼틀을 넘어갈 수 있는 하루, 다음에는 무엇으로 아빠, 엄마를 놀래킬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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