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닛포리역이다. JR순환선의 동북지역에 위치한 닛포리역, 시타마치(下町,서민동네) 특유의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서다.
닛포리역 북쪽 출구로 나와 야나카긴자 상점가로 이동했다. 여기서부터가 바로 야나카(谷中), 도쿄에서는 흔히 고양이 마을이라 불리는 곳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오면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한 발걸음을 옮기는 길고양이부터, 재롱부리듯 손을 흔드는 고양이 캐릭터까지, 야나카 일대는 말 그대로 고양이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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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문지는 저녁노을이 보이는 계단이란 뜻의 유야케단당(夕やけだんだん). 야나카긴자 입구의 가파른 계단으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전에는 붉게 물든 저녁놀을 감상할 수 있었던 곳이다. 다만, 아마도 도시화란 단어가 높게 세워진 빌딩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면서부터 이곳에서 볼 수 있었던 저녁놀도 함께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저녁놀을 바라볼 때의 감동도 함께 말이다.
유야케단당에서 사라진 또 다른 것이 있다. 바로, 고양이가 그것. 야나카 고양이의 집합 장소 유야케단당, 날씨 좋은 날이면 햇빛에 드러누워 뽀송뽀송 털 손질에 여념 없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었던 곳. 고양이가 뛰어놀던 공터에 신축 맨션이 들어서면서 이곳을 방문하는 고양이의 발걸음이 지금은 뚝 끊긴 상황. 다만, 되돌아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유야케단당을 내려가면 바로 야나카긴자다. 야나카긴자는 1984년 도쿄도에서 지정한 모델 상가거리 1호. 100여 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 도시락, 수산물, 야채, 그리고 잡화 등을 파는 상점이 70여 곳이 들어서 있다.
예전에는 동네의 작은 상점가였던 것이 도쿄의 한 예술대학의 도움으로 지금은 고양이 거리로 새롭게 변신했다. 상점의 처마 위나 입구, 혹은 문을 닫은 상점의 셔터에 고양이 조각이나 그림이 그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곳곳에 숨어 있는 고양이 찾는 재미로 몇 번이나 같은 곳을 방문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 이곳은 야나카긴자다. 참고로, 야나카긴자를 방문했다면 멘치카츠로 유명한 스즈키(すずき)를 빼놓지 말자. 한 입 베어 물면 육즙과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지는 이곳의 멘치카츠는 도쿄도 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다음 방문지는 아사쿠라초소칸(朝倉彫塑館). 이곳은 일본 근대 조각의 아버지라 부리는 아사쿠라 구미호(1883~1964)의 주거 겸 아틀리에로, 지금은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1층 전시실을 지나 안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생전 그의 생활공간을 만날 수 있다. 다다미가 깔린 다도실과 서재, 비단잉어가 천천히 유영하는 연못,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일본식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을 둘러보는 내내 아마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대 조각의 아버지란 닉네임 이외에 아사쿠라 구미호에게는 또다른 별칭이 있다. 고양이 작가란 닉네임이 바로 그것. 생전에 20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기를 정도로 고양이를 사랑했던 작가 아사쿠라 조호쿠간, 그의 각별했던 고양이 사랑은 고스란히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아사쿠라초소칸 2층에 마련된 전시실에 그의 고양이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사쿠라초소칸의 옥상도 빼놓지 말고 가보자. 시타마치 지역이라 높은 건물이 드문 야나카, 아사쿠라초소칸의 옥상에 오르면 주변 일대가 한눈에 보일 것이다. 도토리 키재기겠지만, 옥상에 올라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야나카 여행의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마지막은 야나카도(谷中堂)다. 이름에 종교를 뜻하는 ‘도(堂)’가 붙어 있다고 해서 너무 겁먹지 말자. 특이하고 이상한 종교가 많기로 소문난 일본이기는 하지만, 이곳은 종교집단이 아니다. 아니, 종교집단은 아니지만 거의 종교수준으로 한우물만을 파는 곳이라 보면 맞을 것 같다. 바로 고양이 캐릭터만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기 때문이다.
야나카도는 고양이 도시 야나카에서도 상당히 특별한 존재다. 사실, 한가지 제품만을 판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고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 그것도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 것만을 판매하는 것이 이곳 컨셉. 이러한 장인정신이 지금의 일본을 있게 한 것인지 모르겠다.
앞에서 이야기한 곳 이외에도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야나카에는 많다. 지친 다리를 쉬게 하기 위해 앉은 의자 아래에는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보듬고 있었고, 저녁 햇살이 내리비치는 담벼락에는 ‘고양이가 있어요(ねこがいます)’라고 새겨진 고양이 모양의 나무 판넬이 붙어 있었다. 고양이 천국 야나카, 이곳에서 나만의 색다른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고양이를 따라 걸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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