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한적이 있어요. 애견을 데리고 일본에 가는 것에 대해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당시,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애견을 한국에서 기르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주문한 내용은 가급적 즐거운 내용으로 이야기 해달라고 했었는데, 즐겁게 쿠로와 살았던 것 이외에 특별한 에피소드가 별로 없더군요. 결국, 안 좋았던 기억에 대해서만 줄창 이야기했던 기억이...
이른 아침 쿠로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동네 산책을 나섰습니다. 낮시간 동안에는 사람과 차가 많이 다녀 가급적 한산한 아침 시간을 이용한 것이었죠.
동네 곳곳에 작은 공원이 많아요. 평소 같으면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을텐데,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없더군요. 평소 뛰어다니며 놀기를 좋아하는 쿠로를 위해 공원에 들어가려고 할 때 였어요. 주변에서 휴지를 줍고 계시던 어르신이 말리시더군요. 이곳은 아이들이 노는 곳이니 애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고.
또, 한 번은 집 인근 산에 쿠로를 데리고 갔습니다. 혹시나 쿠로가 응가를 할지도 몰라 비닐봉투에 휴지를 가지고 쿠로에게는 목줄을 체우고 데려갔어요.
입구에서 반대편 입구까지 고작 30분이면 갈 수 있는 작은 산. 반대편 입구에 도착해서 인근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려는데, 술에 약간 취하신 어르신이 또 말리시더군요. 사람 마시는 물이니 개에게 마시게 하면 안된다고... 물론, 약수물에 쿠로 얼굴을 바로 들이밀고 마시게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가져간 컵에 약수물을 받아다가 약수터에서 멀리감찌 떨어져 마실려고 했었는데...
이상, 한국에서 애견을 기르며 겪었던 에피소드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의 수가 훨씬 많았지요. 밤에 애견이 옆에 지나간다가 다짜고짜 화를 내던 중년의 아줌마, 쿠로에게 장난 삼아 돌을 던지는 아이들까지, 이런저런 일이 많았네요.
얼마 전에 잠시 살았던 오지역 인근에서의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쿠로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습니다. 공원입구에 다다르니 표지판이 있더군요. 내용인 즉슨 애견을 데리고 공원에 데리고 올 수 있는데, 다만, 몇 가지 내용은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인도 알기 쉽게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더군요. 예를 들어 공원 내에서 애견 목욕을 한다든지, 시끄럽게 짖는 애견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내용.
아내와 함께 쇼핑을 나왔습니다. 이것저것 물건을 구입하고 집에 돌아가는데 눈에 띄이는 스티커가 보이더군요. 바로, 애견을 데리고 올 수 없다는 표지판. 그것도 자세하게 케이지에 넣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그림으로 표시했더군요.
한국분이라면 당연히 쇼핑센터면 개를 못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일본의 경우 개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쇼핑센터도 많아요. 오다이바의 대표적 쇼핑센터인 파레트 타운 내의 비너스포트 패밀리에는 애견 전용 급수대가 있어요. 또한, 저희 집 인근의 마츠모토키요시 홈센터의 경우 애견 전용 카트까지 갖추고 있답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애견 때문에 생기는 분쟁을 최소하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이러한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졌으면 좋겠어요. 애견이 들어갈 수 없는 공원은 애견금지 표지판을 세우고, 애견을 데려갈 수 있는 산책로에는 반드시 목줄이나 대변을 가져갈 비닐봉지를 지참해야 한다는 안내판 같은 것을 세웠으면 합니다.
이러한 안내판 없다면 애견을 데리고 공원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과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니(기실, 아이들과 애견과의 상관관계는 없지 않는가?) 애견을 데리고 오지 말라는 사람과의 분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기실 앞에 소개한 에피소드에서 제가 방문한 공원에는 애견이 들어갈 수 없다는 표지판이 그 어디에도 없죠. 자신의 아이들이 그곳에서 노는 곳이니 애견을 데려가지 말라고 한 것 뿐이었습니다. 기실, 애견을 데려가서 아이들이 노는 것에 지장을 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혹시나 대변 같은 오물에 치우지 않고 가서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다 만질지도 모른다라는 염려에서 그러셨겠죠.
부디, 앞으로는 일본처럼 애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명확히 해서 조금이나마 애견 때문에 생기는 분쟁을 미연에 방지했으면 합니다. 이상, 일본에서 도꾸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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