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며칠 일이 손에 안 잡히네요. 흔히 최순실 게이트가 만천하에 알려지고나서부터. 어떻게 일반인이 일급 기밀문서를 볼 수 있었는지, 아니 정부를 쥐락펴락 할 수 있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되네요.
일본 티브이에서도 연일 박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를 소개하고 있어요.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법 비중있게. 일본 방송에서 소개하면 소개할 수록, 보고있는 국민 입장에서는 화가 나네요. 창피함도.
말레이시아에 살 때 일입니다. 친한 일본인 가족과 이야기를 하던중 역대 한국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한국 대통령, 아무 문제 없이 임기 마친 사람 있어?
아무 문제 없이라는 뜻이 정확히 뭐야?
임기가 끝나고 비리때문에 감옥에 가거나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대통령
그러고보니...음... 없는것 같네...
그날의 대화는 이렇게 어색하게 끝났어요. 생각해보니, 대통령 임기말이 되면 언제나 각종 비리 사건이 터지곤했던 대한민국,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인, 그리고 설명을 못하는 나. 친한 일본인 가족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언제나 이런식으로 대화가 끝났다. 창피하다.
어제 저녁 일본 티브이에 소개된 내용. 최순실 게이트를 소개하면서, 마지막에 역대 대통령의 최후를 소개했네요. 13대 노무현 대통령은 부정축재를 해서 징역형을 선고, 제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비리때문에 3명의 아들 전원 체포, 제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 비리때문에 결국 자살, 그리고 제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친형 등 최측근이 체포 되었다는 내용.
일본인에게 한국 대통령의 최후란, 다양한 게이트로 얼룩진, 비리의 온상인것 같아요. 최순실 게이트도 이와 비슷한 시각으로 일본 방송은 소개하는 것 같아요.
그제와 어제, 일본 방송을 못 보겠네요. 가족과 함께 보고 있는데, 최순실 게이트 관련 내용이 나오면 창피해서 채널을 돌려버려요. 아이가 아빠 왜그러냐고 엄마한테 물어보더군요.
애엄마가 최순실이란 사람이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과 어떤 사이냐고 물어보더군요. 어떤 사이길래 군사기밀까지 볼 수 있냐며 혀를 차더군요.
저만 그런걸까요? 허탈감, 무력감.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요. 일개 아줌마가 정부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거죠. 도대체 이해가 안갑니다. 아니, 이해가 가면 이상한거죠. 비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대한민국,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거에요?
친한 일본인과 당분간 연락 안하렵니다. 연락하면 당연히 한국 이야기 나올테고, 최순실 게이트 문제가 화제로 나오겠죠. 창피합니다. 외국에 살고 있는 교민은.
더 큰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가 과연 해결될 수 있느냐라는 것. 정권 실세가 얽힌 문제를 정권 실세가 풀어야 하는 아이러니. 허탈감, 무력감은 아마도 여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참담합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