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비행기로 홍콩에 갑니다. 홍콩은 중국본토를 제외하고 제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으로 방문한 곳입니다. 또한, 홍콩은 아내가 태국에 살 때 경유편 비행기로 자주 갔던 곳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10번은 넘게 홍콩 땅을 밟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이유로 말이죠.
홍콩 인구의 50%가 침사추이 일대와 홍콩섬 북부에 몰려 있어요. 홍콩 가이드북에서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그래서 대다수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도, 바로 이와 일치하지요. 침사추이, 센트럴, 성완,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애드머럴티 등의 이름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홍콩 인구의 50%가 거주하는 침사추이 일대와 홍콩섬 북부는 전체 홍콩 면적의 12%밖에 안된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홍콩이라는 곳은, 사실 굉장히 좁은 지역에 불과했던 것이죠. 홍콩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에서도 나머지 88%에 대해서는 적게 소개하거나, 그도 아니면 아에 빼놓는 경우가 많죠.
이번 여행은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는 12%뿐만 아니라, 나머지 88%도 함께 둘러보는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올드피크로드를 걸으며 아편전쟁으로 영국에 할양된 홍콩의 옛모습을 떠올리고, 홍콩섬의 이도離島 같은 존재인 섹오 방문을 통해서는 식민지 시대 영국인의 보이지 않는 중국인 차별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또한, 완차이 구석구석을 돌며 영국 식민지풍 건축이나 거리 이름을 통해 홍콩의 과거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또한, 홍콩섬과 그 주변에 흩어져 있는 이도離島의 관계를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크기로 따지자면 란타오섬이 홍콩에서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왜 홍콩섬을 중심으로 주변에 흩어져 있는 섬을 이도라 부르는지, 이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이번 여행의 또다른 테마는 트래일입니다. 제주도 올래길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아시아에서 역사나 인지도를 따지자면 홍콩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아시아 최고의 트레일이란 평가 받은 드래곤벡, 숨겨진 홍콩의 비경인 사이쿵, 트램이 아닌 걸어서 빅토리아피크까지 오르는 길 등, 홍콩 곳곳에 숨겨진 이러한 길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될 것 같아요.
먹기 좋아하는 도꾸리, 이번 여행은 홍콩 음식의 재발견이 될 것 같아요. 1950년대 중국의 공산화 이후, 자본가와 중국의 유명 쉐프가 홍콩으로 이주하게 되었죠.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경식, 상해식 음식이라는 것의 상당수가, 1980년대 중국 대개방과 함께 홍콩 자본이 들어가 만들어낸 식문화였다고 합니다. 여기에 식민지 시대 영향으로 영국식이 가미된 독특한 홍콩 음식을 재조명할 예정입니다.
영국의 유니온잭, 일본의 일장기, 그리고 현재 중국의 오성홍기가 나부끼는 홍콩, 그 굴곡있는 역사의 변화만큼,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것들이 홍콩 곳곳에 존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제 두 발과 두 손으로 하나하나 확인하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끝으로, 긴 여행을 허락해준 아내와 하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사실, 감사하다는 마음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더 크네요. 혼자서 아이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에, 아내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곧 돌아올 아내 생일을 함께 보내지 못해서 더욱 그렇다는...
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저는 오늘 저녁 비행기로 홍콩에 갑니다. 도쿄책 마무리하고 준비만 3개월 정도가 걸린 홍콩, 이제 확인하러 갑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