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이다. 자고 있는데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깊게 자는 편이라 한 번 자면 다음 날 아침까지 누가 깨워도 잘 일어나지 못한다. 이런 내가 자면서 흔들림을 느낄 정도였다면, 꽤 규모가 있는 지진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TV를 틀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지진 소식을 알려주고 있었다. 시즈오카현에서 발생한 진도 5의 지진이 내가 사는 치바현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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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항에서 보이는 후지산. 시미즈항은 스루가 만의 대표적 항구다.
일본에서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유명한 시즈오카현 스루가 만을 직접 가본 적이 있다. 스루가 만은 핑크빛 색깔이 예쁜 '사쿠라 에비’의 주요 산지이자, 이즈반도와 시미즈 항을 왕복하는 페리가 운행되는 곳이다.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명산인 후지산을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위치로 뽑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스루가 만의 깊은 심해에는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심해어가 살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즈오카현 스루가 만이 영화의 주요 장소로 등장했던 적이 있다. 2006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일본 침몰'이 바로 주인공이다. 영화에서는 일본 침몰의 근원지로 시즈오카현 스루가 만을 지목하고 있다. 이곳에서 발생한 진도 10의 엄청난 지진 때문에 일본 열도가 물속으로 침몰한다는 설정이었다. 일본인의 지진에 대한 공포를 반영한 탓인지, 개봉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만큼 지진에 민감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최근들어 시즈오카현을 발원지로 한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8월 11일 시즈오카현 스루가 만을 진앙지로 한 지진으로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일본 미디어가 연일 지진에 대한 공포를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전 발생한 지진도 마찬가지로 시즈오카현을 진앙지로 하고 있다. 신문 등을 보면 100년에서 150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토카이(東海, 일본 중부의 내륙지방) 대지진의 공포가 엄습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섬나라 일본, 과거부터 자연재해의 피해가 우리 보다 비교적 큰 편이다. 특히, 지진 다발생 지역에 속해있기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심한 편이다. 1923년 9월 도쿄를 비롯한 요코하마,치바, 그리고 멀리 시즈오카현까지 영향을 미친 관동대지진이 대표적이다. 당시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7.9에서 8.4 사이로, 이로 인해 10만~14만 명이 죽었고, 3만 7천 명이 실종되었으며, 수많은 가옥과 건물이 붕괴하여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끼쳤다. 또한, 1995년 1월에는 6,433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신대지진, 2004년 10월에는 40여 명이 죽은 니가타현 지진, 그리고 1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최근의 시즈오카현 지진까지, 수많은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로 일본 열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8월 11일 발생한 시즈오카현 지진은 그 피해 규모가 다른 지진에 비해 가벼운 편이었다. 확인된 것으로는, 일본 관동과 중부를 연결하는 해안간선도로가 일부 붕괴되었고, 가옥이나 건물의 직간접적 피해가 1,000여 건, 부상이 100명 정도, 그리고 사망자 1명이다. 사실, 사망사건은 지진이 발생하고 한참 지나서 발표되었다. 정부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사망사건 발생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조사하는데 시간이 비교적 많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사건 발생이 국민에게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한 것이었다.
일본의 재난용품 세트. 쇼핑센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진도 6.5의 시즈오카현 지진의 피해가 이 정도라면, 이보다 큰 규모의 지진일 경우 피해가 어느 정도나 될까? 일본의 한 방재시스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시즈오카와 아이치현 일대의 토카이 지역에서 진도 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직간접적으로 약 100조 엔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건물피해로는 95만 채의 건물이 전소하거나 붕괴 될 수 있다. 인명피해로는 건물 붕괴로 사망하는 사람이 1만 2천 명, 그리고 해일 발생으로 인한 사망자도 이와 비슷한 수준, 여기에 화재나 여러 가지 요인을 더하면, 2만 5천 명 정도가 지진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 '일본 침몰'에 나왔던 대참사의 내용을 재현하지는 않겠지만, 지진 전문가들은 토카이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도 8 이상의 대형 지진이 대규모 인명피해와 금전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일본에 살면서 지진을 처음 겪었다. 집에 있는데 집 자체가 흔들리는 경험은 처음에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일상생활처럼 지진을 받아들이고 있다. 며칠 전 발생한 진도 5규모의 지진도 발생한 순간에는 '지진이다'라는 것을 인식했지만, 그리고나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고 말았다.
정말로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어떡하지? 내일 당장 인근의 대피소나 먼저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건빵이며 생명수 등의 비상용품도 좀 사놓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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