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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5 한일커플 일본여행2 - 야동을 보시겠다고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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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방콕에 있는 보배타워. 의류 도매시장으로 러시아 상인들이 많다.


마키와 나는 태국에서 만났다. 그것도 길에서 우연찮게. 보배시장이라는 곳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태국의 의류 시장하면 한국 사람들은 빠뚜남 시장을 많이 안다. 보배시장은 아직 한국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조사도 하고 구경도 할겸해서 가는 중이었다.

"보배시장에 어떻게 가죠?"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태국어 중에서 하나를 이용해 물어봤다.

"Could you say it again in English?"

머야? 태국인 아니었어? 알고보니 일본인이었다. 게다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 주민. 우리들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됬다. 우연성에 기초한 만남. 재밌다.

다시 여행으로 돌아와, 출구를 나오니 여기가 일본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일본어 간판, 웅성웅성 거리며 지나가는 일본인들.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 교통비가 비싸다든가, 숙박비가 비싸다든가 머 이런거 말고 말이다. 여기서 10일을 버텨야(?) 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느낌들.

공항은 바로 기차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일본어를 전혀 모르니까 여기서 부터는 마키의 몫이다. 난 그저 뒷짐 지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즐거운 상상은 얼마 안 가서 깨지고 말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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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고야 공항과 연결되는 기차역에서.


기차역에 도착해서 노선지도를 봤다. 일본어를 모르긴 해도 이건 너무 복잡하다. 얼추 서울보다 더 복잡한 듯. 인구 220만의 도시가 이 정도이니, 아무래도 도쿄는 이 보다 더 복잡할 듯. 갈수록 태산이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어디를 봐도 표를 판매하는 곳이 없다. 노선표 아래에 일렬로 정렬해 있는 벤딩머신만 서 있을 뿐이다. 무표정한 사람들은 그렇게 기다랗게 줄을 서서 아무런 불평도 없이 표를 사고 있었다. 왠지 정감이 안간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제거해 버린 삭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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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 표를 살 수 있는 벤딩머신


대충 어떻게 갈지 정하고 자판기에서 표를 샀다. 9시 10분 기차 850엔. 마키의 설명을 빌리자면 기차의 종류가 여러 가지라고 한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속도에 따라 완행, 일반, 특급 뭐 이렇게 나눠지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차인지 아니면 개인회사에서 운영하는 기차인지에 따라 또 나눠진다고 한다. 8시 50분 기차도 있었는데, 특급인지 가격이 1000엔을 넘어 그 다음 기차로 표를 샀다. 2000원이 어디인가. 아껴야 잘 사느니라, 이렇게 되뇌이며.

기차 플랫폼으로 나가자 사람들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만 이런 줄 알았다. 자리 잡기 위해서 맹렬히(?) 기차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 말이다. 우리 기차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냄비 근성에 덩달아 마키까지 뛰고 말았다. 그러다 갑자기 마키가 기차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히 9시 10분 기차라고 들었는데 말이다.

"9시 10분이라며?"
"얼른 타~. 이 기차도 간대"

뭐 나야 일본어를 모르니까 그러려니 하고 탔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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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 내부. 상당히 깔끔하다.


기차 내부는 우리 나라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좀 더 내부가 환하고 인테리어가 깔끔하다는 것 정도가 다른 점인 듯. 우리는 자리가 없어 연결통로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차장은 지나가며 표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 차장이 우리 앞에 서더니 마키와의 대화가 길어진다. 그러더니 마키가 "쓰미마센~~"이라며 머리를 차장에게 조아린다. 내가 다른 일본어는 몰라도 "쓰미마센~~" 정도는 알고 있다. "미안합니다~" 이 정도 아니겠는가.

"무슨 일 있어?"
"기차 잘못 탔대"

내 이럴 줄 알았다. 어쩐지 허겁지겁 기차 안으로 들어가더니만, 결국에 이렇게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실제로 마키는 기차 타기 전에 사람들에게 기차가 나고야 역까지 가느냐고 물어봤었고, 사람들은 8시 50분 기차와 9시 10분 기차 모두 나고야 역까지 가는 것과는 상관없이 가장 빠른 8시 50분 기차를 가리켰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나고야 역행 8시 50분 특급 기차를 탄 것이었고, 차장은 우리가 일반행 티켓을 가지고 특급을 탔타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결국 급행과 완행의 차액을 지불하고 주위의 이상한 눈초리(?)를 느끼면서 나고야 역까지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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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표를 구입하는 벤딩머신. 이런 벤딩머신이 운영회사에 따라 각각 다르다.

나고야 역에 도착 후 전철로 갈아탔다. 이곳의 교통시스템 중에 안 좋은 것 하나가 지상철에서 지하철로 갈아탈 경우에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같은 지상철, 지하철이라도 운영회사가 틀리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한두 정거장을 간다해도 말이다. 나고야 역에서 호텔이 있는 '사케에(榮)' 역까지 두 정거장 밖에 안 되는데도 200엔이라는 요금을 지불해야 하다니, 이렇게 돌아다니면 정말 하루 교통비로 1000엔은 우습게 나갈듯.

태국도 일본과 시스템이 비슷하다. BTS라고 불리는 지상철과 MRT라 불리는 지하철로 나뉘어지며, BTS에서 MRT로 이동, 내지는 MRT에서 BTS로 갈아 탈 경우에 요금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다만 서너 곳을 제외하고 겹치는 역이 많지 않아서 갈아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일본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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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내부 모습.

지하철 안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지하철 내부 또한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다만 우리는 주로 신문이나 타블로이드 신문을 많이 보는데 반해서 이곳에서는 만화 보는 이들이 많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글자보다 그림이 많은 책들고 씨름하고 있다. 만화 왕국, 일본….

우리가 '사케에' 역에 도착한 시각은 얼추 10시경. 나고야 공항에서 2번을 갈아 타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을씨년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왠지 나의 마음을 대신하는 듯한 느낌이다.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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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에역에서 바로 나오자 보이는 회전 전망대.
우리는 저거 보면서 '내부에 에어콘 시설이 되어 있을까?' 머 이런 고민했다.


'사케에(榮)' 역 주변은 은행, 백화점, 호텔 등이 집중되어 있는 나고야 상업활동의 중심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하다. 또한 사케에 역을 중심으로 2km가 지하상가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지하상가는 백화점이나 빌딩 지하상가와 연결되어 있어 돌아다니기에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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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내부. 색깔이 야시시하다. 상당히 작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 하나에 7560엔. 중급 정도의 비지니스 호텔. 우선 내가 생각하던 방과는 너무나 틀렸다. 방의 크기가 너무 작았던 것이다. 입구를 들어가면 바로 좌측에 화장실이 있고 그리고 나서 더블침대가 딱 들어갈 정도의 공간 밖에 없다. 하지만 더 놀란 것은 공간의 활용도. 한국 동급의 호텔이 비교적 큰 객실을 가지고 있다면, 일본의 그것은 공간은 작으면서도 실용도 면에서는 한국의 그것을 뛰어 넘는다. 아기자기함. 손을 뻗으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잡히는 그런 실내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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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내부.
깔끔하고 정갈하면서 공간 배치가 훌륭한.
한 마디로 Goood~~


화장실을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작다. 하지만 그 좁은 공간에 모든 것들이 정갈하게 놓여져 있었다. 일회용 치약, 칫솔 샴푸에서 부터 비데 변기, 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끔 설계되어 욕조와 세면대에서 동시에 사용 가능한 수도파이프, 화장실과 욕조를 분리하는 커텐막까지, 공간 활용의 극대화를 보여주는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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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문제의 성인영화 채널 설명서.
안을 들여다 보면 더 야한 사진이 있다.
체험해 보시길~

또 한 가지, 호텔마다 유료로 어덜트 무비 시청이 가능하다는 것. 원체 야함에 익숙한 일본인들이기에 머 이런 어덜트 영화야 눈에 들어오지도 않겠지만, 어디 한국인인 나야 그러겠는가.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이상야릇한 사진에 금방 흥미를 느끼고 마키에게 물어봤다.

"이건 머야?"
"어덜트 무비"
"공짜야?"
"아니, 프리페이드(prepaid) 카드 사서 봐야해. 리셉션에 가면 팔아. 야동을 보시겠다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리."

리모콘을 자세히 보니 어덜트 무비 채널이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옆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유료라고. 미련을 못 버리고 마키에게 다시 물어봤다.

"이거(리모콘 버튼에 유료라고 적혀 있는) 누르면 볼 수 있는 거 아냐?"
"예전에는 그거 누르기만 해도 볼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프리페이드 카드를 사야지만 볼 수가 있어. 사람들이 유료임을 모르고 날새고 보다가 체크아웃할 때에 요금이 더 나왔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서 바꾸었대. 특히 외국인들!"

왠지 뜨끔해진다. 마키의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내심 한 번 누르고 싶은 욕망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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