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육아, 그리고 일상에서 느끼는 민주주의!

도꾸리 2010. 5. 20. 06:19
반응형
하루가 태어난 지 13개월이 지났다. 아이가 태어났을 당시만 해도 눈앞이 정말 깜깜했다. 육아에 대한 책도 읽어본 적도 없었고, 주변에서 조언 구할 사람도 없었다. 아는 것이 없으면 오히려 당당해진다고, 지난 1년간 참으로 씩씩하게 살아온 것 같다. 태어난 지 몇 개월 밖에 안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국제선 비행기도 탔고, 사람들 많이 모이는 쇼핑센터나 음식점도 자주 갔던 것 같다. 아빠와 엄마의 철없는 행동에도, 하루가 잘 자라서 너무나 다행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내는 출산 후 6개월 동안 집에서 쉬었다. 퉁퉁 부은 얼굴 살도 빼야 했고, 남산만한 배도 집어넣어야 했다. 산후조리를 잘한 덕택인지, 지금은 아이를 낳기 전의 체형으로 거의 돌아왔다. 아내가 원하는 대로 말이다. 아내의 몸이 제모습을 찾아감과 동시에 아내는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100년 만의 불황이라는 말이 TV나 신문에서 자주 언급되는 일본, 일자리 찾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아이가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아내는 금방 일자리를 구했다. 그것도 파견사원이 아닌 정직원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말이다. 취직과 동시에 아내는 육아에서 그렇게 일보 후퇴하게 되었다.

사실, 남자인 내가 육아를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오리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이전까지는 육아는 아내, 나아가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덕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나, 이에 비해 직장에 다녀야 하는 아내, 누가 봐도 육아는 내 몫임이 분명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시작된 나의 육아일기. 매일매일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우선, 아침 일찍 일어나 했다. 회사에 다니는 아내를 위해 아침을 준비해야 했고, 동시에 아이가 깨어났을 때를 대비해 유아식도 만들어야 했다. 아침에 아내 혼자만 일어났을 때는 양반이다. 아이도 함께 깨어나면 완전히 도깨비 시장이 따로 없다. 울고불고 난리 피우는 아이에게 밥 챙겨줘야 했고, 동시에 아내도 출근시켜야 했다. 그렇게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이제는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겨우 아이를 재우고 나면, 빨래와 집 안 청소를 해야 했다. 그것도 아이가 깨어나지 않도록 조용조용 처리해야 했다. 청소나 빨래 도중에 아이가 깨어나 울기라도 하면, 정말로 힘이 다 빠진다. 그렇게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잠시 차라도 한 잔 마실라치면 어느새 점심때. 바로 아이 점심 준비해서 먹이고, 동시에 나도 밥이 입에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후딱 해치운다. 아이와 잠시 놀아주고, 그리고 낮잠 재우고 나면 바로 저녁식사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아내가 6시쯤 퇴근하면 저녁 같이 먹고, 그리고 바로 아이 목욕시킨다. 아이 목욕 끝나는 시간이 대충 저녁 7시 정도. 목욕이 끝나면 TV나 신문 등을 보다가 10시쯤 되면 졸린 눈을 비비며 잠드는 것이 내 일상이다.

사실, 육아라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렇게 힘들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래서 아내가 회사에 나가기로 하고 나에게 육아를 부탁했을 때도, 별 망설임 없이 "그래"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육아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아이는 시도때도없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요구했고, 내 처지를 봐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아이를 내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에게 맞춰가야 한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물론, 울어대는 아이와 프리랜서 일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오늘 이렇게 육아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 이유는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귀족제나 군주제, 혹은 독재주의에 대항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나온다. 이런 대의에 있어서의 민주주의도 있겠지만,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보다는 작은, 주변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육아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뜬금없이 육아가 민주주의라니?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만의 이유가 있다. 남녀 역할이 바뀐 우리 가족만의 육아, 나는 집에서 온종일 아이 기저귀를 갈아야 했고, 아내는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야 했다. 사실, 처음 내가 육아와 가사를 담당했을 때는 조금 창피했다. 낮에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을 때 산책 중인 아줌마의 웃음소리라도 들리면, 널던 빨래를 조용히 놓고 집안으로 들어가곤했다. 손가락질 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내도 직장 초기에 많이 힘들어했음은 물론이다. 이랬던 것이 기저귀 바꾸는 속도가 빨라짐과 동시에 육아와 가사에 대한 내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가사와 육아를 지난 1년간 담당하면서 아이 키우는 어머니의 눈물과 고통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로 직장에 다니면서, 남자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남자, 이제는 육아를 직접 체험해보자! 육아를 경험해보면 아내, 나아가 여성의 활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뒤바뀐 역할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육아가 민주주의인 이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재 민주주의 UCC 공모전이 진행중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 사업국의 주최로, '민주주의는 OOOO다'란 주제로 만화, 동영상, 그리고 사진 등, 자유로운 방식으로 제작된 UCC를 공모중이다. 대상 1명 300만원을 포함해 총 상금이 무려 천만원. 관심 있는 블로거라면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좀더 자세한 것은 하단 링크 참조

- http://civicedu.tistory.com/1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