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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아키하바라(秋葉原)역에 도착하면 여러 출구 이름이 보인다. 특별한 용무가 없다면 지하철 히비야센과 요도바시 카메라로 갈 수 있는 쇼와도리(昭和)출구나 아키하바라의 메인 거리와 연결된 덴키가이(電気街) 출구를 이용하게 된다. 대부분의 상점과 관광지가 이 두 출구에 몰려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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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키가이(電気街) 출구란 이름은 아마도 전기/전자 제품을 파는 상점가가 몰려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려지게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전기가 출구로 나오면 일본의 대표적 전자제품 양판점 중 한 곳인 이시마루덴키(石丸電気)나 아키하바라에만 10여 점포를 운영중인 소프맵(Sofmap), 그리고 '메이드 인 재팬'이 찍힌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몰려든 외국인을 위한 전자제품 면세점 등이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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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아키하바라역의 덴키가이란 이름이 사라지거나 다른 이름으로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다. 덴키가이에 있어야 할 '덴키(電気)'가 갈수록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2008년 10월 말에는 컴퓨터 관련 용품과 각종 전자제품을 함깨 파는 츠쿠모(ツクモ)가 우리의 화의제도와 유사한 민사재생법을 신청했다. 츠쿠모의 경우 아키하바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로봇 관련 서적과 부품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본점 3층에 따로 둘 정도로 전기,전자 제품에 대한 애착이 강한 곳이었다.  

또한, 지난 3일에는 이시마루덴키 PC관이 폐점에 몰리기도 했다. 이시마루덴키는 아키하바라 일대에 본관, 생활가전관, SOFT관 등 8개의 점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 28개의 점포를 운영 중에 있는 견기업.

 

아키하바라에서도 상당한 인지도와 점포를 가지고 있는 츠쿠모의 민사재생법 신청이나 이시마루덴키 PC관 영업 부진은 앞으로 '덴키가이'로서 아키하바라 이미지 변화를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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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키하바라의 변화는 사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다. 2차 대전 후 라디오 트랜지스터를 팔 던 것이 시초인 아키하바라. 초기의 전기, 전자 부품을 팔 던 이미지는 현재 주오도리의 대형 전자 부품 판매상인 와카마츠(ワカマツ)나 게이머즈 본관 뒤편의 소규모 전자 부속품 판매점이 모여있는 곳, 그리고 JR 아키하바라 덴키가이 출구 맞은 편 라디오 회관(ラジオ会館)을 통해서나 알 수 있다. 이 중 라디오 회관은 이름만 라디오 회관이지, K-BOOKS와 같은 각종 오타쿠 관련 제품을 파는 상점이 점령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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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트렌지스터와 같은 전자제품 부속품을 팔던 곳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 바로 가전제품 양판점으로서의 아키하바라. 일본의 고도 성장과 맞물려 생활가전의 보급도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수요가 상당부분 아키하바라와 같이 가전 제품 전문 매장이 몰려 있는 곳으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비쿠 카메라(Bic Camera)와 요도바시 카메라(Yodobashi Camera)와 같은 전자제품 카테고리 킬러의 등장은 아키하바라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의 용이함과 내수 진작을 도모하는 일본 경제 정책의 효과로 80년 대 초기부터 중반까지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전자제품 양판점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었던 것. 또한, 자동차 보급의 증가와 맞물려, 교외에 세워진 대형 쇼핑몰에도 전자제품을 사기 위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가전제품을 사기 위해 아키하바라로 가는 수고를 덜게 되었던 것. 결국에는 가전제품 양판점으로서의 아키하바라의 입지가 줄어들게 되었다. 

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아키하바라가 선택한 것은 바로 퍼스널 컴퓨터(PC)였다. 애플의 매킨토시,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3.0, 그리고 일본 IBM의 DOS/V 등이 80년 대 중반부터 발표되기 시작하였고, 이와 맞물린 일본 PC붐에 편승해 아키하바라 곳곳에는 컴퓨터 전문매장이 속속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아키하바라 일대 종합 전자제품 양판점도 점차로 'PC관'이나 '컴퓨터관'등의 이름으로 신규, 혹은 전문관이 들어서게 된 시기도 바로 이때다.  

퍼스널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이와 관련된 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었고, 관련된 기업도 이에 발맞추어 빠르게 증가하게 되었다. 라옥스 컴퓨터관이나 아키하바라에 10여 개의 매장을 갖춘 소프맵(Sofmap), 컴퓨터 관련 제품 판매하는 매장으로 아키하바라 내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하는 츠쿠모 이엑스(Tsukumo eX)를 소유한 츠쿠모, 그리고 컴퓨터 DIY 전문 매장을 표방한 티존(TZONE)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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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로 넘어온 아키하바라는 기존의 전자, 전자 제품 이미지에 매니아적인 요소가 더해지게 된다. 물론, 예전에 이러한 이미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의 이미지가 지극히 한정적, 제한적이었다면, 현재의 아키하바라는 드라마나 영화라는 상품에 종종 그 은밀한 모습을 배경 이미지로 보여주며 '매니아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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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합승이라도 하려는 듯, 2006년 3월 아키하바라에 새롭게 오픈한 인텔리전트 빌딩인 UDX 도쿄 애니메이션 센터(Tokyo animation center)를 선보였다. 애니메이션 센터는 UDX 4층에 있으며, 내부에는 무료로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 애니메이션 전문 라디오 방송국, 그리고 각종 관련 기념품 등을 팔고 있다. 또한, 같은 층에는 관련 디자인 박물관과 전문 상영시설도 들어올 예정이며, UDX 빌딩 저층부 광장에서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각종 이벤트와 행사가 진행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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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의 이러한 매니아적인 이미지 확산 속에 2007년 후반 소프맵이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소프트맵의 리뉴얼이 바로 그것. '소프맵 타운'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진행된 소프맵의 리뉴얼은 아키하바라 곳곳에 산재해 있던 소프맵 점포의 전문화, 분산화가 목표다. 아키하바라 내에서 컴퓨터 관련 매상은 90년 대 중반 이미 가전제품의 그것을 앞지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든 컴퓨터 관련 제품 매상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 했고, 이에 대한 해답으로 소프맵은 매니아층을 겨냥한 전문화의 길을 택한 것이다.  

현재 소프맵은 아키하바라에만 10여 개의 점포를 운영중이다. MAC/크리에이터 점포, 중고 컴퓨터 점포, 중고 디지털/모바일 전문관, 어뮤즈먼트관 등 해당 점포에서 각기 다른 제품을 팔고 있다. 소프맵 판매 제품의 구성이 기존에는 컴퓨터 관련 제품이 많았다면, 앞으로 만화, 영화 등의 캐릭터 상품, DVD, CD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상품 등의 비중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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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상징 만다라케 입성. 지난 4월 만다라케콤플렉스가 아키하바라에 오픈했다. 그것도 PC 전문점인 오레콘하우스 자리에 말이다. PC 전문점 자리에 들어섰다는 것 자체도 의미심장하지만 일단 만다라케란 기업이 아키하바라에 대형 점포를 오픈한 것에 주목해야 할 듯하다.

만다라케는 오타쿠의 성지라고 불리는 도쿄 나카노 브로드웨이의 터줏대감이다. 1980년 만화 전문 고서점으로 출발해 지금은 만화를 비롯해, 동인지·코스프레·피규어 제품, 그리고 소설까지 판매하는 대중적인 마니아 상품 전문 매장이다. 도쿄를 비롯한 일본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만다라케는 유독 아키하바라와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에 마니아 공간으로서의 아키하바라의 미래를 보고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이다 . 그것도 그냥 만다라케가 아닌 콤플렉스란 이름으로, 역대 만다라케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로 말이다.


소프맵과 만다라케콤플렉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아키하바라의 마니아적인 이미지는 한층 강화되리라 본다. 소비 심리가 살아나야 지난 10년간의 일본 버블 경제 암흑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본.


혹자는 이러한 버블 속에서도 마니아 계층만이 지속적인 소비 패턴을 유지해 왔다며, 앞으로도 마니아의 심리를 자극해야 일본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 마니아의 소비 문화와 일본 경제의 부흥, 앞으로 아키하바라 변화의 단초가 아닐까 한다.
 
<상기 글은 전자신문에 기고한 글에 사진을 추가해 재구성한 글입니다. 원문 확인은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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