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05 나고야 도쿄 도야마

한일커플의 일본여행11 - 우리는 소꿉놀이 중입니다

도꾸리 2008. 3. 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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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12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주간의 일본여행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다. 비행기에서도 그리고 집에 가는 버스에서도 내내 잠에 빠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의도적으로 잠에 빠지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름대로 마키의 가족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인지, 머릿속에 생각이 많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의 고리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고 위안도 해보지만 마음이 그렇게 가볍지가 못하다. 생각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결과야 어떻든 앞으로 우리의 삶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물걸레로 바닥도 쓱쓱 닦고, 화장실에 핀 곰팡이도 제거하고, 빈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근처 시장에 가서 장도 봤다. 무엇인가 할 일이 필요했다.

아버지와 누님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잘 다녀왔느냐는 질문에 대충 말끝을 흐리며 이야기했다.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아버님은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왠지 죄송한 느낌이 들었다.

마키에게 마키 가족들에게 전화 걸 것을 당부했다. 가족들과의 불화로 전화 걸기가 조금은 불편한 것은 알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에 연락하도록 한 것이었다. 마키는 알았다고 하면서도 조금은 불편한지,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저런 일을 끝내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집안 분위기도 조금 밝아진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고 오래간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차를 마시며 여행에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조금 느낌이 이상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집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말이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하이~모시모시~"

마키 어머니였다. 어머니에게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당황했는지 그냥 마키를 불렀다. 마키도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조금 당황한 눈으로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부랴부랴 전화를 받았다.

마키와 가족과의 통화는 1시간 넘게 지속됐다. 마키는 중간 중간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연방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다가 울기도 몇 차례.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대충 나쁜 일 같지는 않아 보였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야?"
"집에서 떠날 때 쪽지를 남기고 왔어. 한국에 도착해서 연락하겠다고. 그 전화를 기다리시다가 끝내는 직접 연락하신 거야."
"무슨 이야기 했어?"
"부모님이 외로우신 것 같아. 그리고 내가 그렇게 떠나고 나서 걱정이 많이 되셨던 모양이야. 그리고 다음에 올 때 둘이 같이 오라고 하셨어."

"~같이 오라고 하셨어"란 말에 얼마나 기쁘던지, 마키에게 재삼 물어봤다. 마키는 가족들이 우리들의 결혼에 대해서 허락을 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일본에 있는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을 때 마키는 주저했다. 전화로 또 장시간에 걸쳐서 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전화를 한다 하면서, 결국에는 어머니 전화가 올 때까지 전화를 못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키 부모님은 전화를 건다는 딸이 전화를 안 하자 불안하셨던 모양이다. 결국, 기다리다 지쳐 당신들이 직접 전화를 하신 것이다.

마키와 부모님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세세히는 모르지만, 이 전화통화를 계기로 마키 가족과의 관계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우리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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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월 된 요크셔테리어 종의 쿠로. 우리 집 귀염둥이.


글을 마치며

지금은 우리들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키는 앞으로 한국생활을 해나가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저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 있는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그 사이에 우리에게 새 식구가 생겼습니다. 마키의 한국 생활을 돕기 위해 새로운 가족을 분양받았습니다.

하나는 쿠로. 요크셔테리어 종류의 강아지. 강아지의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 때가 많죠. 다, 쿠로가 아직 어려 똥을 제대로 못 가리는 것이 아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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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물고기 뿐만 아니라, 자라 한 마리도 같이 키우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물고기. 유리컵에 재미삼아 몇 마리 기르기 위해 샀습니다. 그러다 한 두 마리씩 죽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어항, 여과기, 수초에 산호까지 장만하게 되었네요.

지금은 구피와 미키마우스라는 종류의 물고기가 새끼를 20마리나 낳았답니다. 새끼 낳는 광경을 직접 볼 때의 그 놀라움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입니다. 이런 재미 때문에 물고기를 기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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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용기에 기르고 있는 새싹.

그리 새싹과 야채 키우기. 건강에 좋다는 새싹을 집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씨앗만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나머지는 손수 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첫 수확의 기쁨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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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양파 그리고 당근을 기르고 있습니다. 고구마가 제일 잘 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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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분에 키우고 있는 상추. 언제쯤 상추쌈을 먹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수경재배로 고구마, 양파, 당근을 기르고 있고, 화단에 상추와 쑥갓 씨를 뿌려 기르고 있습니다. 모두 수확할 때쯤 잔치라도 열어야겠습니다. 그간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며칠 전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보다 2년 먼저 결혼한 친구입니다. 우리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 아직 소꿉놀이 중이구나! 우리도 결혼생활 2년째이지만 아직 소꿉놀이중이야."

그렇습니다! 우리는 소꿉놀이 중입니다. 아직 풋풋함이 가시지 않은 우리의 사랑을 일궈내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결과야 어떻든 그 과정에 충실히 하며, 마키와 함께 평생토록 소꿉놀이처럼 재미있게 살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P.S> 다시 밝히지만, 이 글은 2년 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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