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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츠키역. 신주쿠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도중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도야마는 마키의 집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 도야마로 떠날 때가 됐습니다. 여행을 떠난 지 6일째 이제 마키의 집을 방문할 시간입니다.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오전 중에 도쿄 인근에 살고 있는 마키의 남동생을 만나 같이 도야마로 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신주쿠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반이 걸려 간 곳은 '야마나시'에 있는 '오츠키(大月, Otsuki)'. 근처에 후지산이 있어서 그런지 산간마을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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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키와 그의 동생 타츠로, 유우지.

예정 시각보다 조금 늦게 동생들이 도착했습니다. 둘째가 '유우지'. 도야마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누이가 도야마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금요일에 일을 마치고 비행기 타고 이곳까지 왔네요. 이유는 마키와 이야기할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자기 나름대로 누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해서 왔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였겠지요.

막내는 타츠로. 현재 공무원시험 준비생. 얼마 전에 지방공무원 시험에 지원을 했는데 안타깝게 떨어졌다고 합니다. 털털하고 잘 웃는 성격. 저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친근감이 드는 그런 청년이었습니다.

동생 차를 타고 도야마로 이동을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완전히 문맹(?)이기에, 마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녀의 통역이 없으면 세상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주변에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서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도야마로 가는 차 안에서 마키와 동생들은 일본어로 그간 못 다 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난 왠지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나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이것저것 중간에 통역을 해주었지만 말입니다.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웃음. 그럴 때마다 쓴웃음만 짓게 되는 내 모습. 그러다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네요. 아주 깊은 잠을….

일어나보니 벌써 도야마로 들어가는 톨게이트입니다. 대략 2시간 이상 잔 듯합니다. 도야마는 '테야마 쿠로베'로 불리는 '알펜루트'로 유명한 곳입니다. 일본영화 <비밀> 첫 장면에 버스가 10m 이상 눈이 쌓인 협곡 사이를 지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알펜루트'입니다. 이곳에 왔으니 '알펜루트'는 꼭 보리라 다짐하며 마키의 집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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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키 집에 가는 도중 한 컷.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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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키의 집. 평범한 시골집.

마키의 집은 주택가 한쪽에 있었습니다. 도쿄의 주택가와 별반 차이 없는, 다만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푸른 초원과 논과 밭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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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머물렀던 2층 방. 겨울이면 상당히 추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족과 간단히 인사하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2층에 있는 마키 동생들이 쓰던 방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바닥이 온돌이 아니라 다다미인 것 빼고는 한국과 별반 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담하고 깔끔한 방. 냉장고에 나를 위해서 준비해 놓은 먹을거리들을 보고 신기해 하며 짐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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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이 어머니가 나를 위해서 준비해주신 아이들이 즐겨 먹는 음료수. 왠지 푸근한 정감이 든다.

마키의 가족은 여섯 식구입니다. 70이 넘으셔서 거동이 조금 불편하신 할머니.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은 무뚝뚝해 보여도 알고 보면 굉장히 자상하신 아버지와 가정과 회사일을 같이 꾸려나가시는 어머니 그리고 마키와 두 명의 남동생.

저녁에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마키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 '스끼야끼'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스끼야끼'는 쇠고기 전골. 가츠오부시로 양념한 국물에 두부, 버섯, 쇠고기를 데쳐 날계란에 찍어 먹는 음식입니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는 '쉬어야끼'라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만들어주시곤 했습니다. 간장으로 양념한 국물에 쇠고기, 두부, 미나리, 쑥갓 등을 넣고 끓여 먹는 전골 음식입니다. 일본이 먼저인지, 한국이 먼저인지 그 선후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스끼야끼'를 통해서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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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이 사케만쥬. 오른쪽이 일본식 떡 종류의 하나인 모찌.

식사가 끝나고 간단한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양한 질문들과 대답들. 한번쯤은 거쳐가야 할 관문. 어색했지만 나름대로 자신있게 나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이러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키 가족의 마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저를 마키의 한 부분으로 받아주시는 태도에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먼길을 오느라 피곤한 나에 대한 배려로 마키의 가족들은 빨리 올라가 쉬라고 했습니다. 차 안에서 잠을 자긴 했지만 긴장한 탓인지 조금은 피곤했기에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잠시 후 2층으로 따라온 마키가 하는 말.

"내 방에 가봤는데 아무 것도 준비된 것이 없어. 아무래도 같이 자라고 그런 것 같아."
"엥? 동생들은 어디 갔어?"
"둘째가 사는 시내에 갔어. 밤새 게임을 하면서 놀려고."
"그러다가 부모님이 갑자기 올라오시면 어떻게."
"부모님이 사위로 인정해 주신 것이 아닐까? 평상시 집에 방문하면 내 방이 잘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단 말이야. 오늘은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결국에는 같은 방을 쓰기로 했습니다. 한 방에 이불을 따로 피고 자는 걸로. 부모님이 올라오시면 변명거리라도 만들어 놓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났네요.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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